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그리스 채무조정이 선행되어야 IMF가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에 참여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몇 주 동안 이뤄진 일에 비춰볼 때 그리스가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면서도 "IMF는 어떤 조건 아래에서 그리스에 돈을 빌려줄 수 있을지에 대해 여전히 궁리 중"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지난 7일 몰타에서 열린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 조건을 둘러싸고 큰 틀에서 합의에 이른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리스는 당시 회의에서 IMF 등의 요구를 수용, 3차 구제금융이 끝나는 2018년 이후 채무를 건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2019년부터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연금을 추가 삭감하고, 2020년부터는 세수 기반 확대를 통해 역시 GDP의 1% 규모의 세금을 더 걷는 등 추가 긴축 조치에 합의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그러나 이날 "우리는 아직 논의의 절반 단계에만 와있다"고 말해 추가 긴축 외에도 그리스 채무 조정이 이뤄져야만 3차 구제금융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그리스에 대한 과거 2차례 구제 금융에 참여한 IMF는 그리스 채무의 지속 불가능성을 경고하며 유로존이 그리스 채무를 경감하지 않으면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빠지겠다고 경고하며 3차 구제금융에는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은 유로존의 부담을 줄이고,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IMF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채무 경감 없이 현재 추진 중인 긴축 프로그램만으로도 그리스가 충분히 채무를 건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IMF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한편, 2010년부터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그리스는 오는 7월 유럽중앙은행(ECB)에 70억 유로의 채무를 상환해야 해 이때까지 3차 구제금융 분할금을 채권단에서 받지 않으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