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 차기 행장 선임을 둘러싼 정부와 수협중앙회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한 차례 행장 추천에 실패하고, 재공모까지 한 끝에 다시 연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에서도 합의에 실패했다.

수협은행 행추위는 5일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 한 명을 선정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지난 4일 11명의 후보자를 3명으로 추린 데 이어 이날 최종 후보를 뽑으려 했지만 정부와 수협중앙회 간 의견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행추위는 오는 10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최악의 경우 12일까지인 이원태 현 행장의 임기가 끝나면 행장 공석 상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행장을 추천하려면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추천한 3인과 중앙회 추천 2인으로 구성된 5명의 행추위원 중 4명이 찬성해야 한다. 수협중앙회 측은 “수협은행이 지난해 말 독립해 은행으로 새로 출발한 만큼 내부 출신이 행장이 돼야 한다”며 강명석 상임감사를 행장으로 밀고 있다. 반면 정부 측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수협은행에 내부 출신은 안 된다”며 버티고 있다.

수협은행은 2001년부터 1조7000여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아 기재부와 금융위원회의 경영 통제를 받고 있다. 2001년 이후 선임된 3명의 행장 모두 정부 추천 인사였다.

정부 부처 가운데 내부 출신 인사를 앞장서 반대하는 곳은 해수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기재부와 금융위가 입을 맞추는 모양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해수부 관료들이 특정 인사는 절대 안 된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수협중앙회의 반발이 거세자 당초 밀던 이원태 행장의 연임을 거두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