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출근이 기다려지는 직장
올해 9급 공무원 경쟁률이 46 대 1이다. 교육행정직은 58명 모집에 무려 1만3000여명이 지원해 225 대 1이라고 한다. 역대 어느 해보다 많은 접수 인원을 기록했다는 게 인사혁신처의 발표이고 보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젊은이들은 가히 살인적인 경쟁을 펼쳐야 한다. 때마침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던 젊은 학생이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런 경쟁을 뚫고 공무원의 길에 들어섰지만 많은 이들이 자기계발의 어려움이나 성취감 부족, 임금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중도에 공직을 떠난다. 2015년 통계를 보면 전체 공무원 중 3만5800여명이 공직을 떠났는데 이 중 자발적으로 공직을 그만둔 인원이 2만4300여명이다. 정년을 맞아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명예롭게 공직을 마무리한 공무원은 1만1000여명으로 그만둔 전체 공무원의 30% 남짓에 불과하다.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할 공무원이 사직하면 재채용에 따른 기회비용이 추가되는 것은 물론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바람직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마주치는 직원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직자의 자세를 강조하는데, 첫째가 책임감이다. 공무원이 맡고 있는 업무는 국민으로부터 비롯된다. 국민에게 권력을 빌려서 일하는 자리이므로 남에게 미루지 말고 스스로 책임지고 일하자고 강조한다. 공무원이 자기 업무에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가의 세금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이다.

둘째는 도덕성이다.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청렴(淸廉)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도 공무원이 부정한 일과 연계돼 공직을 떠나면 인생 전체가 흔들린다. 반면 청렴한 자세로 명예롭게 퇴직하면 사회 어느 분야에서든지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에 수월하다.

마지막으로 전문성을 갖춰주기를 당부한다. 관세청은 수출입기업 지원과 세금 징수, 밀수 단속,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다. 직원들은 3년간 통관이나 심사, 조사 등 각 분야에서 근무해보고 그 후에 자기 전문분야를 정해 근무한다. 자기 업무에서만큼은 최고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것이다. 외국 세관과의 교류가 잦을 수밖에 없는 업무 특성상 전문성을 바탕으로 외국어 능력을 키우면 외국 세관과의 교류를 통해 폭넓은 업무 역량도 키워낼 수 있다.

새롭게 관세청 가족이 되는 신규 직원들이 관세청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다음달이면 새로운 관세청 가족이 된다. 이들에게도 똑같은 당부를 할 것이다. 책임감과 도덕성,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과 하루하루를 함께하며 ‘눈 뜨면 출근하고 싶고, 월요일 아침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관세청’을 꿈꾸어 본다.

천홍욱 < 관세청장 chunhu@customs.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