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화장실 개방한 업소 210곳에 감사 편지 보내

지난 4개월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파헤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1천600만(전국 누적 기준) 촛불 뒤에는 인파를 뒷받침해준 개방 화장실이 있었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1월12일 3차 집회부터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다음 날인 이달 11일 20차 집회까지 현장에 직원 1만 5천여명(연인원)을 투입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구급차·소방차·청소 차량을 1천대 넘게 동원하고, 지하철역 인근에서 안전관리에 6천300명을 투입했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시가 각별하게 신경을 썼던 것은 바로 '화장실'.
한 번에 많게는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광화문광장에 집결했던 만큼, 적정한 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보지 못해 큰 혼란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는 촛불집회가 본격화된 지난해 11월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청계광장에 이동식 화장실을 16개 동 배치했다.

좌변기는 106개, 소변기는 60개를 각각 들여놨다.

특히 화장실이 부족하지 않도록 대비하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시에 따라 집회 장소 주변 개방 화장실도 종전 49곳에서 210곳으로 4배 이상 대폭 늘렸다.

광화문광장 주변 80곳, 청계·서울광장 주변에 130곳을 각각 확보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화장실로 몰리는 것을 우려한 일부 점주들은 처음에는 개방을 꺼렸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화장실을 개방하지 않으려 하는 도심 집회장소 주변 주요 업소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것은 물론, 일일이 찾아다니며 독려를 했다"며 "촛불집회 참여 시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화장실 확보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일 개방 화장실 210곳의 건물 관리인이나 업소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감사의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은 '고맙습니다.

우렁각시가 되어 평화로운 집회를 만들어 주셨습니다'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지키는 데 집중했다"며 "다행히 집회 기간 안전사고는 단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고, 시민의 편의도 지켜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었다.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이었다"며 "누구보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을 위해 화장실을 적극적으로 개방해 준 여러분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여러분께서 촛불집회의 '우렁각시'가 돼 평화로운 집회 문화를 만들어 주셨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