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못 좁히는' 남해 바닷모래 전쟁
해양수산부가 내년부터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바닷모래 채취를 ‘국가정책용’으로 한정하기로 했다. 바닷모래를 둘러싼 어민과 건설업계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자 고심 끝에 내놓은 결정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 대해 양측 모두 반발하고 있어 갈등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어민들은 ‘환경 훼손’을 이유로 바닷모래 채취 중단을 요구했고, 건설업계는 ‘골재 부족’을 호소하며 반대해왔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바닷모래 채취가 불가피할 경우 내년 3월부터는 국책용으로 한정하고 채취 물량 역시 일본 등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최소한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에 대한 어업 피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주요 어종의 산란·서식지로 밝혀질 경우 해당 지역을 보호수면으로 설정해 모래 채취 등 행위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바닷모래 채취단지 관리자를 국토교통부 산하 수자원공사에서 해수부 산하 해양환경관리공단으로 변경하기 위한 법령 개정은 상반기 마무리하기로 했다.

해수부 발표에 대해 국토부와 건설업계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바닷모래 용도를 국책용으로 한정하면 골재 부족 현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남해 EEZ 바닷모래 채취량 1100여㎥ 중 국책용은 300㎥ 정도에 불과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대한 골재 공급원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보겠지만 만약 안 되면 내년에도 민수용 채취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산업계도 해수부가 내놓은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수산업총연합회 관계자는 “어민들이 원하는 건 바닷모래 채취를 즉각 금지하고 훼손된 해역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