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공격적 외교전…안보리 산하 전문가패널 대북제재보고서도 맹비난

북한은 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로 서한을 보내 한미연합훈련을 맹비난하며, 이를 안보리 의제로 다룰 것을 요구했다.

'북한이 정교하고 교묘한 수법으로 유엔의 대북제재망을 피해가고 있다'는 요지의 최근 안보리 산하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박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자성남 대사는 이날 안보리 순회 의장인 매슈 라이크로프트 영국대사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지난 1일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FE)에 대해 "가장 노골적인 핵전쟁 책동"이라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를 핵 재앙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한은 합동훈련에 투입된 미국의 무기들을 거론한 뒤 "북한을 갑자기 핵으로 선제 타격하는 공격계획에 부합하는 실제 전쟁연습을 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상황은 핵전쟁 직전으로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한은 미국이 훈련의 명분을 북한의 핵무기 보유로 돌리고 있으나, 북한이 '핵 억지력'을 보유하기 훨씬 전부터 이런 훈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한은 한미합동훈련 문제를 안보리의 의제로 채택하고 안보리 회의에서 조속히 토론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과거에도 이런 요구를 한 적이 있는 북한은 "안보리가 또다시 요구를 묵살한다면 이는 특정 회원국(미국)의 정치적 도구로만 역할하는 안보리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 대사는 함께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는 안보리 전문가패널의 보고서를 "대북제재 결의와 그 이행을 강화하는 뻔뻔스러운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기만적인 문서"라고 비난했다.

또 안보리 결의도 미국과 서방 주도로 만들어졌다면서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동이 국제사회의 분노와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 국민의 생존과 개발을 위한 권리를 부인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중세 암흑기로 되돌리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한편 작년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을 탈출해 집단 입국한 종업원들이 한국 측에 의해 납치됐다고 주장해온 북한은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이들의 송환을 요구하는 서한도 보냈다.

서한에는 이들의 부모가 공동으로 작성한 편지가 첨부됐다.

북한이 공개서한과 보도자료를 한꺼번에 내면서 자국의 입장을 방어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유엔을 무대로 공세적인 외교전을 전개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