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봄 내음이 가득하다.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즐거운 표정들…. 팝콘처럼 터진 벚꽃이 상춘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잠시 산책이라도 하며 봄기운을 만끽하고 싶지만, 차창을 열어 한층 포근해진 바람을 느끼는 데 만족할 뿐이다.젊은 시절엔 꽃놀이 같은 평범한 일상은 늘 뒷전이었다. 사업을 키운다는 명분 아래 가족,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미루기 일쑤였다. 일하는 게 가장 즐거운 취미였고 회사의 성장이 곧 내 정체성이었다. 일이 잘될수록 챙겨야 할 새로운 가족이 늘어났고 여유를 부릴 틈은 없었다. 꼭 한 지붕 아래 살아야만 가족은 아니다. 오랜 시간 땀 흘려온 임직원도 내겐 또 다른 의미의 ‘가족’이었다.사업이 커지고 맡은 직책이 늘어날수록 어깨 위의 짐도 자연스레 무거워진다. 그 짐에는 수많은 사람의 생계와 미래가 달려 있다. 이전엔 ‘내 회사’의 이익을 좇았다면, 이제는 지역 상공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의 장으로서 ‘우리 기업들’을 아우르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사업을 시작한 지 40년이 훌쩍 넘었지만, 날마다 부딪히는 현실은 여전히 새로운 일투성이라 새삼스레 깨닫게 되는 것들이다.회원사 간 교류를 강화하는 협의회와 기업 애로를 듣는 위원회도 활발히 운영 중이지만 올해부터는 시간을 쪼개 직접 회원사를 찾아다니려 애쓰고 있다. 지난주에만 여덟 곳의 회원사를 방문해 각 기업의 세세한 사정을 듣고 기업하며 겪는 어려움을 함께 나눴다. 이런 시간을 통해 각 기업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만큼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인천은 면적이 크고 사업체 분포 범위가 방대해 하나의 거점만으로 전체 기업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해다. 식민 지배의 통한을 겪은 대한민국이 일본에 외교의 문을 연 지 60년이 흐른 것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일본도 무시할 수 없는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국교 정상화 당시 청구권 형식으로 받은 자금은 한국 경제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했으나, 지나치게 적은 액수였으며 일본은 이 자금으로 식민 지배의 모든 과오를 털고자 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도 일본의 뻔뻔한 태도에는 달라진 점이 없다.1991년 독일과 일본의 전후 배상 비교를 연구하기 위해 무더운 여름 동안 베를린과 뉘른베르크, 독일 외무부 등을 방문하며 조사했다. 현지에서 만난 헬렌이라는 유대인 여성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감금돼 있었다. 죽음을 기다리던 중 독일의 항복으로 구사일생 목숨을 건졌다. 이후 독일은 헬렌뿐만 아니라 자국의 박해를 받은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섰다.헬렌은 대학에 다니다가 끌려가는 바람에 전문 교육을 받을 기회를 잃었고, 이에 따라 당시 기준으로 매달 130만원가량의 보상금을 지급받고 있었다. 또한 관절염 치료를 위해 2년마다 3주간 온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받았다.이에 비해 일본은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에 앞장서고 있으며, 한국 침략에 대한 역사적 사실도 교과서에 모호하게 서술해 여전히 한국인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심지어 독도마저 고등학교 교과서에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비양심적인 태도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한다면 한국인들은 과거의 원한을 잊고 관계 회복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침략의 역사
로리 매킬로이는 연장 첫 홀 짧은 버디 퍼트를 성공한 뒤 오거스타의 18번 홀 그린에 엎드려 한참 오열했다. 17번째 도전 끝에 꿈에 그리던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제패했다는 기쁨보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는 안도감이 더 커 보였다.어쩌면 매킬로이는 14년 전 그린재킷을 입을 수도 있었다. 21세에 참가한 2011년 대회에서 4타 앞선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후반 9개 홀에서 7타를 잃으며 우승을 놓쳤다. 그해 매킬로이는 US오픈에서 우승하며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2년 PGA챔피언십, 2014년 디오픈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으니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도 11년을 앞당길 수 있었던 순간이다.우상인 타이거 우즈의 뒤를 이을 ‘골프 황제’가 되기 위해선 그린재킷이 절실했지만, 오거스타의 신은 그에게 인내를 요구했고, 어제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 인내는 최상의 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한 선물이었는지도 모르겠다.두 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고, 네 살 때 칩샷으로 세탁기에 공을 집어넣으며 놀았다는 북아일랜드 출신의 골프 신동도 30대 중반이 돼서야 진 사라젠, 벤 호건,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우즈를 잇는 여섯 번째 그랜드슬래머에 등극했다.‘골프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매혹적인 스윙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매킬로이지만 승부에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29번이나 투어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들을 소리는 아니지만, 그만큼 그의 재능에 기대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매킬로이의 열혈 팬을 자처하는 니클라우스도 가끔 엉뚱한 실수가 나오는 걸 약점으로 지적했다. 그렇지만 항상 완벽하지 않았기에 많은 팬의 성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