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펀터멘털 또 헛발질…GS홈쇼핑에 사외이사 끼워넣기 실패
GS홈쇼핑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미국계 헤지펀드 SC펀더멘털이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고배를 마시게 됐다. 이번엔 이미 두 곳 이상의 법인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인물을 추천한 게 문제였다. 현행 상법은 두 곳 이상의 상장법인에서 이사와 집행위원, 감사로 재직 중인 인물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GS홈쇼핑은 김용범 한국산업기술대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SC펀더멘털의 주주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2일 공시했다.

GS홈쇼핑은 주주 제안을 거부한 근거로 한국거래소의 유권 해석을 제시했다. 겸업 금지규정에 저촉되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뽑을 경우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처분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상장법인인 U사와 K사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김용범 교수가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며 “재론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SC펀더멘털은 지난해 주총 시즌에도 절차상 문제 때문에 주주 제안을 안건으로 올리는 데 실패했다. 당시엔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1% 이상, 최소 6개월 보유해야 한다’는 기본요건을 지키지 않아 주주 제안 자체가 무효가 됐다. GS홈쇼핑이 SC펀더멘털로부터 넘겨받은 주식 거래 내역서에 따르면 주주 제안 6개월 전인 2015년 7월 말 기준으로 SC펀더멘털 지분은 1%를 밑돌았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SC펀더멘털이 상습적으로 법적 논란이 있는 주주 제안을 통해 상장사를 공격했다고 판단, 투자 과정에서 위법성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SC펀더멘털의 사외이사 추천은 무산됐지만 배당을 늘려달라는 제안은 유효하다. SC펀더멘털이 주주 제안을 통해 요구한 배당금은 주당 8000원으로 회사 측이 제안한 7000원보다 1000원 더 많다.

증권가에서는 주주총회에서 GS홈쇼핑 측 방침이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GS홈쇼핑이 업계 최고 수준인 40%에 달하는 배당성향(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이는 데다 SC펀더멘털의 요청액과 회사의 제안액 간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 기관투자가는 합리적인 수준의 배당금을 제시하면 회사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설명이다.

극단적으로 표 대결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GS홈쇼핑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지주회사인 GS와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한진그룹 계열사들만 합쳐도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기준으로 한 지분율이 40% 안팎에 이르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SC펀더멘털은 상장사들에 공포의 대상으로 통한다. 2011년 이후 국보디자인, GS홈쇼핑, KTcs 등과 연이어 마찰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주주 제안을 통해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추천 등을 요구하고 주가가 오르면 곧바로 차익을 실현하는 게 SC펀더멘털의 전형적인 투자 패턴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