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자까지 거론…트럼프 정부 출범 20여 일 만에 백악관 '휘청'
WSJ "측근들, 플린 후임자 물색…키스 켈로그 NSC 사무총장 등 거론"
폴리티코 "측근들이 현재 프리버스 비서실장 후임자 리스트 작성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새 행정부의 백악관이 출범 한 달도 채 안 된 상태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안보 총사령탑'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연계' 의혹으로 경질 위기에 처한 가운데,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과 숀 스파이서 대변인까지 교체설이 흘러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3일(현지시간) 매끄럽지 못한 정권 출발에 크게 실망한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측근과 지인들에게 일부 고위 참모들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진 조기 개편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대사와 기밀 대화를 나누고 거짓말을 한 데 대해 실망했으며, 특히 '플린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일부 핵심 참모들의 직언에 매우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그(트럼프)는 그(플린)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내가 플린이라면 매우 걱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트럼프 정부 출범 직전까지 키슬략 러시아대사와 문자와 전화통화 등을 통해 꾸준히 접촉했고, 심지어 버락 오바마 당시 행정부의 대(對) 러시아 제재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확인돼 궁지에 몰린 상태다.

더욱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플린은 러시아대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제재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엄호했던 터라 백악관 전체가 자칫 '거짓말' 논란 속에 도덕성 시비에까지 휘말릴 수 있는 형국이다.

CNN 방송이 이날 한 소식통을 인용해 "플린은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고 자신이 경질될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전했으나, 돌아가는 상황은 경질에 무게가 실린듯한 분위기다.

핵심 실세로 부상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이 전날 여러 방송에 출연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의 거취 관련 질문에 답변을 흐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고 언급한 것이나, 중앙정보국(CIA)이 최근 그의 핵심 측근인 로빈 타운리 국가안보회의(NSC) 아프리카 담당 선임국장에 대한 기밀취급권 인가 요청을 거부한 것도 조기 경질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측근들이 벌써 후임 국가안보보좌관을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후임으로 예비역 중장인 키스 켈로그 NSC 사무총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안은 다르지만, 스파이서 대변인도 일찌감치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상태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파이서 대변인이 지난달 첫 정례 브리핑 때 자신이 싫어하는 CNN 방송의 기자에게 질문권을 주고 공방을 벌인 것이나, 그가 최근 브리핑에서 맏딸 이방카를 공개 옹호한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주의 조치를 받았다'(counseled)고 발언한 데 대해 큰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트위터에서 "스티븐 밀러 축하한다-오늘 아침 여러 일요일 모닝쇼에서 나를 대변해준 것을. 아주 잘했다!"라며 밀러 정책고문을 극찬한 것도 그가 스파이서 대변인에 대해 큰 불만을 품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스파이서 대변인에 대한 불만은 그를 추천한 프리버스 비서실장으로까지 옮겨붙은 모양새다.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최근 CNN 방송 인터뷰에서 "프리버스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감을 거스르고 스파이서 대변인을 보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매일 후회하고 있고 프리버스를 탓하고 있다"고 말했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얘기를 나눈 인사들도 폴리티코에 트럼프 대통령이 프리버스 실장의 미래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귀띔했다.

폴리티코는 대선캠프 출신 일부 참모들이 이미 비서실장 후임자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면서 콘웨이 선임고문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비서실장을 지낸 릭 디어본, 로비스트 데이비드 어번 등이 거명된다고 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맏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 타이틀을 가진 재러드 쿠슈너의 이름도 오르내린다고 덧붙였다.

프리버스 비서실장과 스파이서 대변인의 경우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출신으로, 애초부터 '트럼프 사단'은 아니었다.

프리버스 비서실장의 경우 공화당 대선 경선 때 주류 진영이 일제히 '反(반) 트럼프' 기치를 내건 것과 달리 앞장서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하면서 뒤늦게 측근 그룹에 합류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