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교사 95% "대입제도 복잡"…효과없는 대입간소화
[ 조아라 기자 ] 학생·학부모·교사 대부분(95.5%)이 현행 대입전형이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전형 가운데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사교육비 유발 1위' 전형으로 꼽았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입전형 인식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회를 열었다. 현행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대입전형 인식실태 설문조사는 지난해 9~10월 전국 17개 시·도 고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총 2만49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학생 93.8%, 학부모 96.6%, 교사 96%가 대입제도가 '매우 복잡하다' 또는 '복잡하다'라고 답했다. 반면 대입제도가 '단순하다' 또는 '매우 단순하다'는 대답은 학생 6.2%, 학부모 3.4%, 교사 4%에 그쳤다. 학교 현장에서는 정부의 대입간소화 정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셈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 비중이 높은 학종의 경우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사교육비 유발 1순위(학생 27.5%, 학부모 29.4%, 교사 25.2%) 전형으로 생각했다. 사교육비 유발 2순위는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부교과전형, 교사는 논술전형이라고 답했다. 3순위는 학생과 학부모가 논술전형, 교사는 실기 위주 전형(예체능)이라고 봤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학종의 문제점은 "준비해야 할 영역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사교육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연쇄적으로 수능 준비까지 힘들어진다"고도 했다. 교사들은 "대학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는 의구심도 학종의 문제점"이라고 덧붙였다.

학생과 교사들은 "학교 프로그램과 담임교사의 능력이 좋을수록 유리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학종이 수험생 개인의 능력보다는 환경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 불합리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반고와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간 격차도 수차례 지적됐다.

학종의 준비 부담과 공정성 문제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당초 학종은 점수 위주 선발을 탈피해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자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학생(50.1%) 학부모(55.5%) 교사(62.1%) 절반 이상은 "현재 시행되는 학종이 이 같은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현행 학종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전형요소로 '외부 스펙' '교사 추천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 '면접' 등을 들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학종은 자기소개서 작성시 학생부에 반영되지 않은 교외활동 기술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결국 내신 성적(학생부 교과)과 교내 경진대회, 소논문, 연구·교육(R&E), 각종 수상 등 '교과 세부능력 특기사항'이 학종에서의 당락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정명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학입학지원실장은 "전체적으로 매우 시의적절한 연구다. 다만 조사 대상이 일반고 학생에 비해 특적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은 조사 결과가 다소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선 구본창 정책국장의 대입인식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이어 김겸훈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 조창완 서해고 교사, 정명채 대교협 대학입학지원실장, 학부모 대표 문정미 씨, 교육평론가 이범 씨 등 참석자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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