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성에 대한 시장 평가가 갈수록 인색해지고 있다. 경쟁 과열과 유가 상승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국내 LCC 상장 1호 기업인 제주항공은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00원(1.55%) 오른 2만6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2015년 11월 상장 첫날 종가인 4만8100원 대비 45% 낮은 가격이다.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세를 보였지만 최근 6개월 동안에만 26.34% 하락, 공모가(3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분 56%를 보유한 AK홀딩스가 지난달 18일 ‘지배력 강화’ 명목으로 50억원어치 주식 장내매수 계획을 발표한 이후로도 1.69% 더 빠졌다.

전문가들은 LCC의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꾸준히 낮아진 결과로 해석했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시가총액(약 6900억원)은 2016년 예상 순이익(532억원)의 13배 수준이다. 회사의 성장성을 반영하는 이 주가수익비율(PER)은 상장 후 꾸준히 하락해왔다. 상장 당시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제시한 적정 PER은 18배였다.

과도한 경쟁과 유가 상승, 중국의 LCC 부정기 노선 규제 등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CC업체 간 덩치 키우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지금 같은 경쟁이 계속된다면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목표가는 기존 3만8000원에서 3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하이투자증권을 포함해 올 들어 제주항공 평가보고서를 낸 5개 증권사가 모두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제주항공의 PER 하락은 다른 LCC의 상장도 어렵게 하고 있다. 다음 후보로 관심을 모으던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모두 구체적인 상장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IPO총괄 임원은 “뜨거운 관심 속에서 상장한 제주항공 때와 비교해 주식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진 탓”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