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사별로 수조원대에 달하는 매출채권이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사 9곳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누적 매출채권은 총 25조7천80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이 6조1천억원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GS건설(4조858억원), 대우건설(3조476억원), 대림산업(2조9천957억원) 순이다.

미청구공사 대금과 공사미수금을 합한 개념인 매출채권은 건설사가 제공한 용역에 대한 대가로 발주사가 약속한 금액이다.

미청구공사 대금은 건설사가 일정 지연 등으로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돈이다.

건설사는 30일∼3개월 단위로 공사 진척 상황에 맞춰 대금을 받는데 발주처가 이를 제때 결제하지 않으면 매출채권이 쌓이게 된다.

주요 건설사의 매출채권이 증가하면서 연간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중이 과도하게 커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 비중이 25~30%를 넘으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간주되고, 회수하기 어려운 채무도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어서 신용위험도가 높아진다.

9개 주요 건설사의 올해 평균 누적 예상 매출액(연 환산 매출액) 대비 3분기 기준 매출채권 비중은 35%로 집계됐다.

이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한화건설로 66% 수준이다.

받지 못하고 있는 공사대금이 연간 매출의 절반을 넘는 셈이다.

GS건설과 롯데건설의 매출채권 비중도 각각 38% 수준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런 현실을 반영해 건설업계에 대한 내년도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서창용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내년 건설업계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전망한다"며 매출채권이 불어나 운전자금 해소 여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요 건설업체가 매출채권이 많이 발생하는 해외사업장에서 준공 관리를 제대로 하는지, 추가 원가 발생 가능성은 없는지, 자금조달의 어려움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주택 부문의 초과 공급으로 분양 리스크가 증가하고 공공 부문의 수주환경이 악화하는 것도 내년 건설업계의 신용을 위협할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건설사들은 미청구공사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제대로 쌓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건설사들이 자의적으로 측정하는 손실 가능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khj9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