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시사주간 타임에 이어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FT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정치의 법칙을 새로 썼다"고 선정 이유를 밝히며 "이제 문제 해결사(deal-making) 대통령은 그의 공약들이 단순한 공개입찰이 아니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향후 행보에 주목했다.

이 신문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정치를 아는 많은 미국인이 트럼프 당선을 믿지 않았으나 '판타지 세계에 살았던 단 한 사람' 트럼프를 제외하고 모두의 예상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선거 유세 기간 "내가 당선되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5배를 넘는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한 트럼프는 충분히 현실을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의 당선은 브렉시트와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부결, 서구사회에서의 포퓰리즘 약진과 한 같은 해에 일어났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나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 언론에 대한 신뢰 붕괴, 세계화에 대한 거부감은 공통점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다만 신문은 트럼프가 유럽의 이념적 포퓰리스트와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1970년대 뉴욕 맨해튼에서 부동산 업자로 출발해 카지노, 골프장, 항공산업, 리얼리티 TV쇼까지 손을 뻗친 트럼프의 이력은 고도의 유연성을 보여준다.

당선 후 일관성 없는 인사 스타일에서도 이런 점이 드러나고 있다.

베테랑 의원 마이크 펜스나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 기용과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 대표 스티브 배넌 기용은 정반대 신호를 줬다.

이에 더해 유세 과정에서 월가와 기성 정치권의 결탁을 공격했던 것과 달리 '골드만삭스 동문회'로 불릴 만큼 월가 인사들로 내각을 채웠다.

지난해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과감한 난민 정책으로 FT를 비롯한 외국 유력 매체들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 자리를 휩쓸었다.

타임과 FT는 모두 작년 메르켈에 이어 올해 트럼프를 꼽았다.

미국의 정치 풍자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는 최근 이런 상황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메르켈로 분한 배우 케이트 매키넌이 타임 '올해의 인물' 선정을 겨냥해 "이는 내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마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는데, 이듬해에 그 상이 (록밴드) '후바스탱크'에 돌아간 것과 같다"고 풍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