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구벌신협의 ‘아트센터 달’ 강의실에서 조합원들이 공예수업을 듣고 있다. 달구벌신협 제공
대구 달구벌신협의 ‘아트센터 달’ 강의실에서 조합원들이 공예수업을 듣고 있다. 달구벌신협 제공
30일 오전 10시 대구 매호동 달구벌신협 ‘아트센터 달’ 6층 강의실. 40~60대 주부 30여명이 시니어영어회화 강의를 듣기 위해 모였다. 조합원 박모씨(61)는 “내년 1월 남미 여행을 계획 중인데 영어와 남미 관련 인문학 강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협의 다양한 강의가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며 “강의료가 저렴하지만 강의 수준은 굉장히 높다”고 덧붙였다.

'문화예술경영' 덕 본 대구 달구벌신협
전국 904개 신협 가운데 자산 순위 3위인 대구 달구벌신협의 ‘문화예술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달구벌신협이 문화예술경영에 본격 나선 것은 2012년이다. 창립 멤버로서 평직원으로 출발한 장하석 이사장(사진)이 취임하면서부터다.

영업점 풍경부터 다르다. 600만원짜리 대형 아트북을 비치해 고객들이 명화를 감상하며 순서를 기다린다. 2012년에는 본점 옆 건물에 갤러리와 카페도 열었다. 지난해 9월에는 멀티플렉스 공연장 ‘아트센터 달’을 개관했다. 아트센터 건물 6층의 연간 임대료 5000만원을 포기하고 10억여원을 투자해 210석의 공연장과 4개의 강의실을 갖췄다. 범어점에도 소규모 아트센터를 세웠다. 인문학·사진·미술·음악·바리스타 등 70여개 강좌에 전국 최고의 강사진이 연중무휴로 강의한다. 좋은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대구오페라하우스와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와인 파티를 곁들인 갈라콘서트 등 고품격 공연을 1만원에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주민에게는 예술과 친해지는 기회를, 사정이 어려운 지역 예술가와 인문학도들에게는 활동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문화예술경영' 덕 본 대구 달구벌신협
이런 활동이 알려지자 달구벌신협의 예술경영 취지에 공감하는 고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2014년 말 2만9345명이던 조합원은 지난 10월 말 기준 3만3584명으로 늘어났다. 7개 지점을 운영하는 이 신협의 자산은 2013년 말 3791억원에서 지난달 말 5718억원으로 증가했다. 전국 신협 평균자산(797억원)의 7배가 넘는다. 자산 순위도 전국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수신액은 1500억원, 여신은 2100억원 이상 늘었다. 연체비율은 4.71%에서 0.61%로 낮아졌다.

박용남 신협중앙회 금융전략팀장은 “경영실적이 모든 면에서 초우량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달구벌신협의 문화예술경영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전국의 신협에서 찾아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년 1억원가량의 예산을 문화예술 분야에 투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내부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장 이사장은 “신협의 설립 취지는 ‘돈장사’가 아니다”며 “조합원을 위한 투자는 건강한 협동조합을 만드는 기본”이라고 조합원을 설득했다. 그는 “예산이 허락하는 한 문화예술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며 “공유경제가 확산되는 4차 산업 혁명시대에는 신협 같은 협동조합에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