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9월 초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평균 55일이 지나서야 상임위원회에 상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보다 보름 정도 늦어진 것이다. 정부는 국회의 충실하고 깊이 있는 심사를 지원하기 위해 예산안을 작년보다 열흘 먼저 보냈지만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늑장·지각 심사’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예산안 늑장·지각심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9월2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운영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15개 국회 상임위에 상정되는 데까지 걸린 일수는 평균 55.5일이었다. 예산안의 상임위 상정 지연일은 2013년 56.5일, 2014년 44.9일, 2015년 40.1일로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올해는 이런 추세에서 이탈해 전년보다 크게 확대됐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올해 추석 연휴가 상대적으로 길었던 데다 여당의 전면 보이콧 등으로 국정감사가 파행 운영된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국회에 보낸 예산은 크게 ①각 상임위의 예비심사 ②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의 종합심사 ③본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쳐 처리된다. 각 상임위의 예비심사는 예산안을 상정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예산안 상정이 늦어질수록 그만큼 예비심사는 시간 부족 탓에 졸속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회는 2013년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2014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매년 10일씩 정부의 예산안 국회 제출일을 앞당겼다. 효율적이고 깊이 있는 예산심의를 하기 위해서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