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경쟁했던 크루즈도 법무장관 또는 대법관 발탁 검토

미국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당 통합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앞장서 비판하거나 지지하지 않은 주요 인사들을 잇따라 접촉하며 화합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먼저 1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공화당 출신의 '외교 거두'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나 외교·안보에 관한 자문을 구했다.

트럼프 정권 인수위는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키신저 박사는 오랫동안 알아왔고 오늘도 훌륭한 만남을 가졌다"면서 "두 사람이 중국, 러시아, 이란, 유럽연합(EU), 그리고 다른 글로벌 사안과 이슈들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성명에서 "키신저 박사에 대해 엄청난 존경심을 갖고 있다"면서 "키신저 박사가 (외교·안보에 관한) 자신의 식견을 내게 얘기해 준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처드 닉슨과 제럴드 포드 공화당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키신저 전 장관은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 공약을 비판하면서 오히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키신저 전 장관은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5월 자신과의 회동 사실을 공개하면서 '외교 문외한'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려고 하자 즉각 대변인을 통해 입장자료를 내고 "트럼프가 외교정책과 관련해 많은 핵심적인 문제를 제기했지만, 나는 그 해법에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주말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도 별도로 회동한다.

CNN 방송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두 사람의 회동 계획을 전했다.

2012년 대선 때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롬니 전 주지사는 올해 초 '폭탄'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트럼프 당선인의 탈루 의혹을 제기한 것은 물론 심지어 그를 '가짜이자 사기꾼'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끝까지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인사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사실상 '정적'으로 변한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눌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당 통합 노력 및 향후 국정운영과 관련해 대승적 차원의 협력을 요청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밖에 경선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쟁했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과는 이미 지난 15일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회동했다.

크루즈 의원은 현재 트럼프 정부 초대 법무장관과 대법관 후보 물망에 올라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