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6개 회사로 분할된다는 보도다. 조선·해양·엔진 부문만 현대중공업으로 남고 나머지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은 별도 회사로 독립한다. 이 분사 계획은 현대중공업이 당초 마련한 자구계획에 포함돼 있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최후의 방안’이었다고 한다.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든 승부수다. 큰 덩치를 유지하며 공멸하는 대신, 몸집이 가벼운 회사들로 독립시켜 독자생존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조선산업 위기가 오래갈 지 모른다는 위기감의 발로일 것이다. 정부가 조선산업 구조조정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생존기반부터 확실히 다지자는 현실적 판단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빅3’ 가운데 경영 상황이 그래도 나은 편이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도 지난 3분기에 3218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세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조선해양부문 수주는 목표 대비 1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막연한 기대보다는 회사 각 부문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뛸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것이다. 분사를 통해 당장 조선부문의 재무구조도 개선하고 기타 부문의 독립경영도 꾀하는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부문은 부채비율이 168.5%(3분기 연결기준)에서 분사가 완료되면 100%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 분사되는 부문들도 그동안 조선부문에 가려 자원배분에 제약이 많았던 경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각 사업부문이 내년 4월로 예정된 분사 일정에 앞서 국내외 영업에 박차를 가해 독자경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사관계가 안정돼야 한다. 현대중 노조는 2013년까지 19년 무분규 기록을 세웠지만 최근 3년 연속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후의 승부수이자 역전의 기회인 이번 구조조정을 성공시키는 것은 철저히 현대중공업 내부에 달린 일이다. 회사를 쪼개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조선산업 구조조정 성공사례를 반드시 만들어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