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트럼프는 같아…사소한 이유로도 쉽게 욕한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면서 미국과의 다툼을 중단하고 싶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를 공식 방문 중인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밤 쿠알라룸푸르 현지 필리핀 교민 행사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축하하고 싶다.

트럼프여 만수무강하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선거는 끝났고, 트럼프가 승리했다.

트럼프가 그 자리에 있는 만큼 나는 더는 (미국과) 다투고 싶지 않다"면서 자신은 적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막말과 기행으로 유명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우리는 같다.

우리는 둘 다 사소한 이유로도 쉽게 욕설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가 여전히 식민지인양 이야기한다"면서 "원조를 주지 않는다고, 빌어먹을, 그게 어쨌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 9월 미국-필리핀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마약 용의자 즉결처형에 문제를 제기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회견 질문에 답하면서 '푸탕 이나(개XX)'라고 말해 욕설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이후 합동군사훈련 중단과 원조 거부 등으로 갈수록 미국과 거리를 벌렸고, 지난달 중국 방문에서는 공개석상에서 미국과의 '결별' 발언까지 내놓는 등 '격미친중(隔美親中)' 행보를 보여왔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