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전 위원장 사퇴종용 정황…조직위 스폰서 확보에도 악영향

"사실 부정이 가장 쉽게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토목사업입니다.

특히 오버레이(임시 관중석 및 부속시설) 사업은 대회가 끝나면 철거되는 시설물이라 들어간 비용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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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몸담았다가 퇴직한 A씨는 3일 연합뉴스 전화통화에서 최순실의 개인회사인 더블루케이와 스위스 스포츠전문 건설회사인 누슬리가 손을 잡고 평창올림픽 오버레이 공사 수주에 나선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추산한 평창올림픽 오버레이 공사 수주금액은 1천500억원이다.

애초 3천억원 수준이었지만 경비절감 차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이에 대해 여형구 조직위 사무총장은 "인접한 경기장은 패키지로 묶어서 공사하고 경기장 조건과 성격을 구분해서 관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예산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창조직위가 지난해 위원장 사퇴를 시작으로 겪은 여러 사건과 정황을 들여다보면 곳곳에 최순실의 입김이 스며들었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 최순실측, 왜 '오버레이 사업'에 눈독을 들였나 = '오버레이(overlay)'는 평창올림픽의 12개 경기장에서 사용되는 임시 구조물(천막·컨테이너·펜스·야외 화장실·임시 관중석 등)을 말한다.

12개 경기장에 필요하다 보니 사업비도 1천500억원 규모나 된다.

전 평창조직위 관계자 A씨는 이 점에 주목했다.

오버레이 시설물은 대회가 끝나면 대부분 철거돼 사라지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12개 경기장의 오버레이 사업에 책정된 1천500억원 가운데 1천억원은 토목공사에 들어가고 나머지 비용이 야외 경기장에 필요한 임시 관중석과 구조물을 만들거나 임대하는 데 들어간다는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A씨는 "오버레이 사업은 사실 대회가 끝나면 검증할 방법이 없다"며 "임시 관중석을 짓는 데 필요한 자재를 유럽에서 운반해온다고 하면 비용을 부풀릴 수도 있다.

일반 건물은 나중에 검증 작업을 할 수 있지만 오버레이 시설물은 철거되는 거라 나중에 적당한 비용이었는지 검증도 어렵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최순실 소유의 더블루케이는 경기장 건설 경험이 없는 만큼 스포츠 시설물 건설업체인 누슬리를 끌어들여 뒷말이 적게 나올 수 있는 오버레이 사업 수주에 뛰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조양호 전 평창조직위원장 '찍어내기 정황' =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5월 2일 조양호 전 조직위원장과 조찬 자리에서 만나 사퇴를 종용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조 전 위원장이 김 장관을 만나고 난 뒤 이튿날 사퇴를 발표했다"며 "당시 대통령이 중동 순방 중이었는데 조 위원장도 애초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가 빠지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사퇴 발표 이후 6시간 만에 후임을 발표한 것 역시 '짜고 치는 수순'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 전 위원장은 왜 갑작스럽게 물러났을까.

이에 대해 또 다른 조직위 관계자는 "조 전 위원장이 기업인의 시각으로 모든 결재를 엄격하게 처리했다"며 "문체부·강원도·조직위의 불협화음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였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문체부에서 평창올림픽 사업에 특정 업체를 추천하는 모양새가 보이자 조 전 위원장이 "이상하다.

이러면 나중에 다칠 텐데…"라는 말씀까지 하셨던 것으로 안다"며 "이해가 안 되는 용역과 컨설팅 사업이 조직위로 올라오자 조 전 위원장이 결재하지 않았다.

결국, 이런 게 사퇴의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직위에서 퇴직한 A씨 역시 "오버레이 사업 등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공사 수주가 이뤄지는 만큼 이권을 노리는 쪽에서 사전정지 작업 차원에서 비협조적인 조 전 위원장을 물러나게 한 게 아닌가는 의구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으로 난항 겪은 평창올림픽 '스폰서 확보' =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대회 성공 개최를 위해 국내 스폰서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굵직한 대기업의 참여가 예상보다 저조해 고심해왔다.

이 때문에 조 전 위원장의 뒤를 이은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중소업체까지 돌며 스폰서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에 대기업들이 774억원을 내는 통에 조직위 스폰서 확보에도 '최순실 게이트'가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평창 조직위 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직위원회가 스폰서를 구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며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기업들이 거액을 투입하는 통에 스폰서 참여 요청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정부에서는 청년희망펀드까지 종용하면서 대기업들도 부담을 크게 느꼈다.

이런 영향이 조직위 스폰서 확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