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미국 대통령후보 TV토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화제마다 시종일관 팽팽한 '평행선' 대립을 이어갔다.

동맹국과의 관계나 경제 문제는 물론 초반 쟁점인 총기소지 권리, 낙태, 이민자 문제부터 후반에 제기된 이라크나 시리아 문제에 이르기까지 두 후보는 지금까지 제기했던 주장을 대체로 되풀이하며 설전을 이어갔다.

◇동맹관계 = 미국의 동맹관계에 대한 문제로 화제가 넘어가자 트럼프는 "우리(미국)는 다른 나라들에 의해 착취(rip off) 당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 독일, 한국"을 거론하며 "이런 나라들을 방어할 형편이 안되기 때문에 우리는 (동맹관계를)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클린턴은 "미국은 동맹을 통해 평화를 유지해 왔다"고 맞받은 뒤 "도널드 (트럼프)는 동맹을 찢어버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에 '어떻게 일자리를 늘리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이 나왔을 때도 트럼프는 "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열렬한 지지자(big fan)지만 그들은 돈을 더 내야 한다"며 동맹국들의 부담을 더 늘리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총기규제와 대법관 임명 문제 = 총기규제 문제에 대해 클린턴은 "수정헌법 제2조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상충되지 않는다"며 "수정헌법 제2조와 상충되지 않게 (총기소지) 제도를 개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2조의 '무기를 휴대하거나 보관하는 권리가 제한돼서는 안 된다'는 문구는 총기소지 옹호론의 대표적인 근거다.

이에 트럼프는 일리노이 주 시카고의 사례를 들며 "아마도 (총기 규제가) 가장 엄격한 곳이겠지만, 가장 폭력이 심한 곳 중 하나"라며 "수정헌법 제2조를 강하게 지지하는 사람을 대법관으로 임명하겠다"고 다짐했다.

트럼프는 이어 "전미총기협회(NRA)의 지지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화제가 총기규제 문제로 이어지기 전에 어떤 대법관이 임명돼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이 나왔을 때 클린턴은 "대법원은 우리 모두를 대표해야 한다"며 "대법원은 힘 있는 기업이나 부자가 아닌 미국인의 편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수정헌법 제2조를 지지하는 대법원이 돼야 한다"며 "보수적이고, 생명을 존중하는" 대법관을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낙태 = 낙태 문제가 논쟁으로 등장하자 트럼프는 "나는 생명을 존중한다(pro life)"며 "생명을 존중하는 법관을 임명할 계획이고, 주정부가 이런 문제를 정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에서 '생명을 존중한다'는 말은 낙태 반대론자들의 구호처럼 쓰이는 말이다.

이에 클린턴은 낙태 반대가 "여성에 대해 가해지는 일종의 형벌"이라고 비판하며 "(가족계획 단체인) '플랜드 페어런트후드'를 지키고 여성의 보건 문제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의 말대로라면 (임신) 9개월 때도 태아를 떼어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하자, 클린턴은 "겁주기 식의 어법"이라고 맞받기도 했다.

◇이민 = 트럼프가 "우리는 강하게 지켜지는 국경이 필요하다"며 클린턴이 "불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온 사람들을 사면하려 하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강하게 지켜지는 국경을 원하고, 국경을 지키는 사람들은 더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주장도 되풀이하며 "마약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이에 "가족을 찢어놓고 싶지 않다"고 응수한 뒤 트럼프가 주장하는 형태의 불법이민자 강제추방이 "우리(미국)가 국가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니며, 그런 활동에 들어갈 역량을 범죄 예방 같이 다른 곳에 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는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을 성폭행범과 범죄자, 마약밀매자로 비하하며 선거운동을 시작했다"며 트럼프를 비난했고, 트럼프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미국) 시민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강을 건너온 다음 시민이 된다면 매우 불공정한 일"이라며 자신의 주장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미국에서 생활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무역 =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겠다"는 말로 대답을 시작한 뒤 "우리는 무역을 해야 하지만 그것(NAFTA)은 끝내야 하며, 훌륭한 무역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금을 크게 깎고, 기업에 대한 세금을 크게 깎으면"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나는 연간 25만 달러 이하의 소득을 내는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내지 않도록 하겠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다"며 "부자들의 세금을 줄인다는 방법은 그동안 시도해 봤지만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클린턴은 금융위기 극복 과정을 높게 평가하며 "개인적으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했던 조치들이 나라를 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는 "우리는 일자리를 잃고 있고, 기업을 잃고 있으며, 상대적인 기준에서 볼 때 우리는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는 상태"라며 오바마 행정부에서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또 트럼프는 "이런 상황에서 그녀(클린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체결을 원하고 있는데, 그녀는 그 협정(TPP)을 '골드 스탠더드'라고 칭찬해 놓고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트럼프의 여성비하 문제 = 클린턴은 트럼프가 여성에 대해 "내 첫 번째 선택은 아니다"라거나 "역겹다" 는 등의 외모에 대한 비하 발언을 일삼아 왔으며, 그런 말들이 "도널드 (트럼프)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고 공세를 폈다.

그러자 트럼프는 "나는 여성들로부터 가장 존경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맞섰다.

클린턴이 "트럼프는 여성에 대해 불편한 말을 한 뒤 매번 책임을 회피하며, 여성뿐 아니라 장애인도 모욕한다"고 공세를 펴자, 트럼프는 "그녀(클린턴)의 발언들이 나의 선거유세 때마다 폭력행위를 유발한다"는 주장으로 맞불을 놓았다.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트럼프의 전사자 가족 모독 =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 때 사설 이메일 서버를 통해 주고받았던 이메일 중 약 3만3천 건을 삭제한 데 대해 트럼프는 "의회로부터 소환당한 뒤에 삭제했다"며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트럼프가 이라크전 전사자의 부모를 이슬람교도라는 점 때문에 모욕했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베트남전쟁에서 포로가 됐던 점을 비아냥댔던 점을 언급한 뒤 트럼프가 "분열적인 수사법의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고 반대로 주장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