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조작과 리콜 후유증에 2조원대 적자부담

닛산자동차를 되살린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사장이 이번에는 연비조작으로 위기에 처한 미쓰비시자동차 회장을 맡아 전면에 나섰지만 신뢰 회복과 재건에 성공할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2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곤 사장은 미쓰비시차의 마스코 오사무 사장 겸 회장을 유임하고 제휴 확대를 서두르고 있지만 연비조작 발각 사태 반년이 지나도록 미쓰비시차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곤 사장은 지난달 하순 마스코 사장에게 "당신이 그만두면 (나의) 구상이 확 변해버린다.

재고해달라"며 물러나겠다는 마스코 사장을 말렸다.

곤 사장은 닛산과 프랑스 르노자동차, 미쓰비시차가 합친 연합군이 연간 세계판매 1천만대 규모를 자랑하는 도요타자동차나 독일 폴크스바겐, 미국 제너럴모터스 등 빅3와 싸워 살아남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미쓰비시차를 빨리 되살려 연합군의 주요 전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고, 독자 전기차 기술을 보유한 점을 잘 활용하고, 부품 공동구입 등을 통해 비용경쟁력도 높인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미쓰비시차는 지난 4월 연비조작이 발각됐을 뿐 아니라 2000년이나 2004년에 리콜 은폐 등 부정한 일을 수차례나 되풀이해 왔다.

시장을 불신을 뿌리 뽑지 못하면 닛산에도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곤의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미쓰비시차 간부는 "곤이 직접 올 지, 대리인이 올지에 따라 진정성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곤 회장은 3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곤이 닛산·르노의 회장도 맡으면서 미쓰비시차 재건 작업에까지 노력을 기울이기는 힘들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차에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다.

마스코 사장은 이번 자본·업무 제휴뿐만 아니라 2010년 닛산과 손잡고 경자동차의 공동개발에 합의했을 때의 교섭 상대였기 때문에 곤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다.

다만 연비조작 문제 발각 뒤 개발부문을 확실히 장악하지 못했던 마스코 사장에게 비판이 집중된 것은 걸리는 대목이다.

닛산 사내에서도 마스코 사장이 유임하면 소비자들의 비판이 거셀것이라고 진언한 간부도 있었다.

국토교통성 간부도 마스코 사장 유임에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쓰비시차 재건에는 이 밖에도 많은 난제가 쌓여있다.

연비조작 발각 뒤 주춤한 판매는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않고 있다.

올해 1∼9월 판매대수는 경자동차 기준 전년동기 대비 25.8% 감소했다.

다른 차종도 판매대수가 14.1% 줄어들었다.

7월에 생산을 재개한 경차의 생산 거점인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 미즈시마제작소의 9, 10월 생산계획은 전년 실적의 60∼70%에 머물고 있다.

신뢰 회복에 없어서는 안 되는 개발체제나 품질관리 재건작업도 막 시작됐다.

곤 사장은 하반기 들어 오른팔을 미쓰비시차 부사장으로 보내, 개발부문 책임을 맡겨 개혁의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그러나 닛산이나 곤 식의 개혁이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미쓰비시차의 기업문화를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 지는 아직 모른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미쓰비시차의 한 간부조차 "미쓰비시차에 명확한 '악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알기 쉬운 악(惡)을 제거해버리면 좋겠지만, 개혁은 대단히 어렵다"고 할 정도다.

경영상황도 심각하다.

미쓰비시차는 당초 내년 3월 끝나는 2016회계연도에 250억 엔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지만, 19일 280엔(약 3천38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수정했다.

연간 적자규모도 6월 예상보다 950억엔 늘어난 2천400억 엔(약 2조6천억 원)이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