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기고] 기업대출 확대만으로는 투자은행 육성 못해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업대출에 치중한 IB 육성책
    좀비기업 퇴출, 유망기업 발굴 등
    IB 본연의 기능에 초점 맞춰야

    윤석헌 < 서울대 객원 교수·경영학 >
    [기고] 기업대출 확대만으로는 투자은행 육성 못해
    세계경제포럼(WEF)은 2016년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세계 26위, 금융시장 성숙도를 80위라고 발표했다. 금융시장 성숙도는 지난해보다 7위 올랐지만 여전히 하위권이다. 낮은 금융시장 성숙도는 국가경쟁력 향상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 방안을 지난 8월 내놨다. 투자은행 대형화로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신(新)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다. 대형·초대형 투자은행에 발행어음 및 종합투자계좌(IMA) 등 새로운 조달수단을 허용하고 기업신용공여 한도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자기자본규제 완화, 외국환 업무 확대, 부동산 신탁업 허용 등도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이 투자은행 기능 활성화와 자본시장 발전에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현시점에서 투자은행 육성은 전환기 한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투자은행 기능 확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국 경제가 성장 궤도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좀비 기업’을 구조조정하고 차세대 기업을 발굴하는 역할로 요약할 수 있다. 다만 기업 구조조정은 대부분 기업의 주채권은행을 국책은행이 떠맡고 있어 민간 투자은행의 역할이 제한적이며, 그래서 벤처·창업기업 지원이 중요할 수 있다. 지원 실효성을 높이려면 대출보다는 초기에 일부 자금을 투입하는 시딩(seeding) 투자, 주식·채권 인수, 기업공개(IPO) 주선, 인수합병(M&A) 중개 등 간접금융 방식이 절실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방안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투자은행 육성 방안인지, 그림자금융 활성화 방안인지 불분명하다. 겉으론 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업대출 확대에 치중하고 있어서다. 순자본비율체계를 새 건전성 관리 장치로 대체하고 투자은행의 기업 신용공여를 별도의 자기자본 100%로 확대 허용하는 등 건전성 감독 완화도 예고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토대로 중개 역량을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대출 부실화가 우려된다.

    둘째, 대형 투자은행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덩치가 커진다고 갑자기 역량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에서 대마불사 피해를 우려해 국제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와 국제결제은행(BIS) 주도로 ‘글로벌 시스템적 주요 은행(G-SIB)’ 규제가 도입됐다. 한국도 지난해 말 국내 시스템적 주요 은행(D-SIB)을 지정했다. 물론 국내 증권회사의 규모가 지나치게 작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투자은행 역량 강화를 통해 대형화를 이룰 순 있지만 그 역이 항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셋째, 투자은행의 대출업무 겸영이 이해상충 문제를 수반하고 있다. 예컨대 투자은행이 대출을 이유로 고객에게 자신이 인수한 유가증권 매입을 강요할 수 있다. 부실해진 대출 기업의 유가증권 발행을 유도해 그 자금으로 대출을 상환하게 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전가할 수도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위한 신의 한 수를 찾기는 어렵다. 초대형 투자은행이 생겼을 때 금융경쟁력이 강화된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정보 공시 및 공유체제 구축, 금융소비자 보호를 포함한 금융감독체계 정비, 정책금융기관 역할 정립 등으로 소비자 신뢰부터 구축하고 역량을 갖추는 게 시급한 시점이다.

    윤석헌 < 서울대 객원 교수·경영학 >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나만의 완벽한 하루

      루틴에 집착하는 편이다. 인생의 성공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고, 하루의 성공은 아침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려 노력하고, 주말에도 수면 시간을 한 시간 이상 늘리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물 한 잔을 마시고 헬스장으로 향한다. 팔굽혀펴기, 스쾃, 턱걸이, 30분 인터벌 달리기. 매일 반복되는 운동 루틴을 마치면 반신욕을 하고 냉수욕으로 마무리한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지하 주차장에서 13층 사무실까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걸어서 출근한다.사무실에 도착해서도 루틴은 이어진다. 책상 청소, 오늘의 할 일 정리 등등.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활력이 생기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매일 반복하는 것들이 쌓여 미래의 내가 된다고 믿는다.그런데 작년 12월 중순, 상장지수펀드(ETF) 마케팅을 위해 호주 시드니 출장을 다녀온 이후 슬럼프가 찾아왔다. 한겨울의 한국과 달리 시드니는 화창한 여름이었다. 맑은 공기 속에서 새벽마다 야외를 달리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렇게 지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니 날씨는 춥고, 조금 따뜻해지면 공기가 나빴다. 한국에만 있을 때는 의식하지 못했던 환경의 차이가 크게 다가왔다. 상대적인 불행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연말 송년회 일정까지 겹치며 생활은 흐트러졌다. 평소와 다른 생활이 2주일쯤 이어지자 몸은 무거워지고 마음의 활력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러던 중 1월 초 주말에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게 되었다.영화의 주인공 히라야마는 도쿄 시내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중년 남자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이불을 개고, 이를 닦고, 작업복을 입

    2. 2

      [이슈프리즘] 앤스로픽이 연 AI 판도라 상자

      지난 2월 9일 열린 미국 슈퍼볼 광고판에 이런 문구가 떴다. “광고가 AI로 온다. 하지만 클로드에는 오지 않는다.” 오픈AI가 무료 서비스에 광고를 도입한 직후였다. 앤스로픽(클로드)의 조롱은 정확히 그 급소를 찔렀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정직하지 않은 광고”라며 발끈했지만, 시장은 앤스로픽의 반격을 예사롭지 않게 지켜봤다.지난달 3일 뉴욕증시에선 하루 만에 400조원이 증발했다. 전달 앤스로픽이 출시한 ‘클로드 코워크’가 준 충격이었다. 법률정보 절대 강자인 톰슨로이터 주가가 15.83% 폭락했다. RELX는 14%, 리걸줌 주가는 20% 가까이 떨어졌다. 월스트리트는 이 사태를 ‘사스포칼립스’, 소프트웨어 서비스 산업의 종말이라고 불렀다.시장이 공포에 떤 이유는 단순하다. 클로드 코워크가 더 좋은 소프트웨어여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세계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 도구는 인공지능(AI)이 구글 드라이브, 지메일, 세일즈포스를 직접 읽고 쓰며 계약서를 검토하고 재무 모델을 만든다. 사용자는 더 이상 개별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를 열 이유가 없어진다.오픈AI는 ‘말하는 AI’의 세계를 지배했다. 2022년 말 챗GPT가 등장한 이후 AI는 질문하면 답하는 도구로 정의됐다. 하지만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챗GPT 시장점유율은 지난 1년간 86%에서 64%로 떨어졌다. 오픈AI는 영상, 검색, 하드웨어, 광고, 심지어 성인 콘텐츠까지 확장했다. 올해 현금 소각 규모는 170억달러로 예상된다. 흑자 전환은 2030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앤스로픽은 정반대 길을 걸었다. 첫째, 소비자 대신 기업을 택했다. 오픈AI가 수억 명의 사용자를 쫓을 때 포천 10대

    3. 3

      [천자칼럼] AI가 주도하는 전쟁 상황실

      전쟁의 역사는 기술의 역사다. 평형추 원리로 돌을 날리는 공성 무기인 트레뷰셋 투석기를 동원해 성곽을 공격하던 중세시대의 전쟁은 1453년 막을 내렸다. 오스만제국이 비잔틴 수도의 방어벽을 화약포로 공격해 함락하면서다. 유럽은 이때부터 기사와 궁수 중심 전투에서 포병과 소총병 중심으로 군사 체계를 개편했다.지상과 해상에 국한됐던 전쟁이 3차원으로 입체화한 것은 항공기가 등장하면서다. 2차 세계대전 중 벌어진 브리튼전투는 공중 전력이 국가 생존과 직결된 사례다. 독일은 영국을 함락하기 위해 공중 우세를 확보하려고 했으나 영국 공군의 방어로 좌절됐다. 1945년 8월 6일 인구 35만 명의 도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리틀보이’는 전쟁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놨다. 이후 무기의 끝판왕은 핵으로 통했다. 그러나 핵을 뛰어넘는 새 강자가 등장했다. 인공지능(AI)이다.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번 이란 공격에서 AI 기업 팰런티어와 앤스로픽의 솔루션을 활용했다. 팰런티어의 데이터 플랫폼 고담은 위성 사진, 정찰 보고서, 통신 기록 같은 자료를 한 화면에 통합했다. 실시간 그래프 기반 표적 분석을 통해 적 자산, 지휘계통, 군수 물자 동향을 시각화했다. 이를 통해 이란혁명수비대의 군사 시설과 지도부 은신처를 식별했고, 레이더와 드론 데이터를 융합해 방공망의 허점을 찾았다. 앤스로픽의 클로드는 고담이 모은 정보를 읽고 워게임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을 가동해 공격 상황별 파급 영향을 확률적으로 도식화했다. 공습 실행 수 시간 전까지 수만 가지의 공격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 최적의 작전을 지휘관에게 제안했다.미래전에선 위성영상, 신호정보, 통신감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