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지난 2월 서울 내부순환로 정릉천고가의 구조물 파손 사태나 빈번하게 발생하는 서울의 지반침하가 모두 낡은 인프라 탓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하수관로의 48.3%(2015년 6월 기준)는 준공된 지 30년 이상돼 물이 줄줄 샌다. 경주 지진으로 한국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지만 전국 학교 시설의 약 23%에만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공공건축물 철도 등 대부분의 시설에서 내진 보강이 절실하다. 왕세종 건산연 연구위원은 “50년 이상 된 시설물도 댐이 180개, 교량이 135개, 하천시설이 119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선 노후 인프라의 성능 개선과 적정 수준의 유지·보수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20일 대한건설협회(서울지회), 건산연 등이 연 ‘안전하고 스마트한 도시 구축을 위한 노후 인프라 성능개선’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여실히 드러났다.
정내삼 대한건설협회 부회장은 “노후 인프라에 투자하자고 하면 일부에선 건설업계의 ‘먹거리’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노후 인프라 개선은 국민 안전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투자”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SOC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SOC 예산을 올해 대비 8.2% 줄어든 21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살펴보면 앞으로 SOC 예산을 연평균 6%씩 줄여 나갈 예정이다. 이영환 건산연 본부장은 “SOC 투자와 같은 고정자본 투입은 국민의 안전 개선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잠재경제성장률 향상과 일자리 창출, 민간 소비 증대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영국이나 독일,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민간자본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인프라를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