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단독 인사청문회·개회사 반발 與보이콧·의장 윤리위 제소 등
"3당체제 여소야대 환경 속 차기 대선정국 앞두고 주도권 쟁탈전"

'일하는 국회' '민생을 위한 협치'를 다짐하며 출범한 20대 국회가 첫 정기국회부터 성과물 대신 사상초유의 불명예 기록만 연일 쏟아내고 있다.

정기국회 첫날부터 배출된 기록은 사상 초유의 추가경정 예산안(추경안) 처리 무산 가능성이다.

이미 지난달 여야 원내지도부의 추경안 처리 합의가 두차례나 파기된 데 이어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논란으로 또다시 본회의가 열리지 못했고, 2일도 여야가 대치를 이어감에 따라 자칫 국회 파행이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야의 '치킨게임'으로 추경안 처리 무산이 현실화한다면 제헌 국회 이후 최초사례로 기록된다.

전날 국회의장의 국회 개회사에 여당이 반발해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한 것도 사상 초유의 사태다.

지난 1990년 민자당 출범 후 첫 임시국회에서 김재순 국회의장이 "국민에게 희망과 신뢰를 줄 수 있는 다수여당과 소수야당으로 양립된 모습을 갖췄다"고 말한 데 항의해 평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전례가 있지만 당시에는 '야당의 보이콧'이었다는 점에서 이번과 경우가 다르다.

특히 정부·여당이 줄곧 강조했던 '민생 추경'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촉구하면서 '보이콧 해제'를 촉구하는 것도 과거 국회사에서 전례를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정 의장의 개회사 논란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사퇴촉구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이와 별개로 국회 윤리위에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정치적 압박 카드'에 그치지 않고 정 의장을 실제로 윤리위에 제소한다면 역시 헌정사상 첫 사례라고 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야당 단독으로 진행된 것은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첫번째 사례였다.

또 지난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고용노동부의 2015년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데 대해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첫번째 날치기"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추경안과 함께 처리될 예정이었던 2015년도 결산안이 국회 파행 속에 덩달아 처리가 늦춰지면서, 지난 2011년 이후 5년 연속으로 국회법상 처리기한(정기국회 시작 전날인 8월 31일)을 넘겼다는 불명예 기록도 남겼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같은 여야의 극한대치에 대해 여소야대와 3당 체제라는 새로운 정치환경 속에서 올연말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기 대선정국을 앞두고 정국주도권 쟁탈전이 일찌감치 시작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