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2인자 이인원, 경기도 양평서 노후 보내려 했다"
40년여년 간 롯데맨으로 근무한 이 부회장은 또 은퇴 후 제2의 삶을 시작할 장소로 양평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전 7시10분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의 한 산책로에서 나무에 넥타이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발견 당시 이 부회장은 가로수에 넥타이와 스카프로 줄을 만들어 목을 맸으나, 줄이 끊어져 바닥에 웅크려 누운 상태였다.
한 경찰관은 이 부회장이 당시 베이지색 반바지 차림이었고, 주변에는 '롯데'라고 새겨진 고동색 우산이 펼쳐져 있었다고 전했다.
산책로는 왕복 2차로 북한강로를 따라가다 보면 옆길로 3㎞가량 뻗어있다. 어른 보폭으로 다섯 걸음 정도 되는 너비에 오른쪽으로 북한강을 끼고 있다.
이 부회장이 발견된 산책로를 직접 비추는 폐쇄회로(CCTV)는 없는 상태다. 경찰은 도롯가에 설치된 CCTV를 수거 및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엔 이 부회장과 5∼6년 전부터 친구 사이로 지냈다는 강건국 가일미술관 관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강 관장은 "5년 전쯤 이 부회장이 미술관에 들른 이후 알고 지냈고 1주일에 한 두번씩 미술관을 찾아 가끔 식사도 같이 했다"며 "이 부회장은 양평에 별다른 연고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으면 이곳을 찾아 머리를 식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올 때마다 직접 차를 몰고 부인과 함께 왔는데 몸이 불편한 부인을 끔찍하게도 생각했던 것 같다"며 "산과 강이 있는 양평이 좋아 은퇴 후 30~40평짜리 단층 짜리 집을 짓고 소박하게 살고 싶다며 기본 설계도면을 나한테 보여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부회장은 주변 사람들이 신분을 모를 정도로 소탈하고 겸손한 분이었다. 미술관에서 먹는 김치나 야채뿐인 집밥을 스스럼없이 드시기도 했고, 동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강 관장은 이 부회장을 본 게 두 달 전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주말마다 양평을 찾아올 정도로 각별했지만, 최근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의혹 수사로 한동안 찾아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이 부회장을 횡령·배임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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