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시인광장' 시 무단 게재 논란
저작권료를 제대로 주지 않는 문예지에 시인들이 ‘시 제공 거부’를 선언할 계획이다. 영화 소설 등 다른 장르에 비해 시는 저작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는 게 시인들의 시각이어서 문단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단은 2006년 개설된 유력 웹진 ‘시인광장’(사진)이다. 박진성 시인(38)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동료 시인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시인광장이 시인들의 동의 없이 시를 무단으로 게재하고 있다”며 항의의 뜻을 전했다.

박 시인에 따르면 시인광장에는 약 2만편의 시가 게재돼 있다. 윤동주 김소월 등 작고한 시인뿐만 아니라 작품활동 중인 시인들의 시도 있다. 1년에 한 번 단행본 시집 올해의 좋은 시 100선도 낸다. 박 시인은 22일 “시인광장의 여러 카테고리에 실린 대부분 시는 시인들의 동의 없이 게재된다”며 “시 저작권 보호를 위한 성명서를 이르면 이번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명서는 “앞으로 시인광장의 모든 원고 청탁에 응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 무단 게재가 계속되면 법적 대응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시인광장에 시가 실린 시인들 사이에서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시가 여러 편 올라갔는데 처음 한 번만 연락이 왔다” “청탁이 와서 시를 써줬는데 원고료를 못 받았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원호 시인광장 발행인은 “게재 동의를 구하는 이메일을 보내기는 했으나 답장까지 꼼꼼하게 챙기지는 않았다”며 “원고료는 요구하는 시인에게만 지급하고 따로 요구하지 않으면 안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예지는 명예를 걸고 하는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며 “저작권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하면 어느 문예지든 자유로운 곳은 없다”고 말했다.

서희원 문학평론가는 “문예지를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법이 보장한 저작권료를 주지 않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