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게임 '핵' 만들어…재미삼아 시작했더라도 '불법'

인기 온라인 1인칭 슈팅게임(FPS)의 한 이용자는 최근 이상한 경험을 했다.

적군과 한 번도 마주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캐릭터가 적군의 총탄에 맞아 죽는 일이 허다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자 이 이용자는 "누군가 게임을 조작하는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착수한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팀은 인기 1인칭 슈팅게임(FPS)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캐릭터의 공격능력을 강화하는 일명 '핵'을 제작해 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A(20)씨 등 6명을 검거, 불구속 입건했다.

핵은 온라인게임에서 게임의 기능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바꾸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A씨 일당이 만들어 유포한 프로그램에는 벽 뒤에 있는 적군 캐릭터의 위치를 표시하는 '모드월핵', 총알이 벽을 통과해 적군을 사살하는 '관통' 기능이 있었다.

또 적군의 캐릭터 주변에 총알을 쏴도 손상을 줄 수 있는 '바디샷', 마우스를 움직이지 않아도 총구가 저절로 상대 캐릭터를 향하게 하는 '오토에임' 기능도 갖췄다.

이런 기능을 갖추게 되면 적군을 한 번도 마주치지 않고서 상대를 이길 수 있다.

A씨 등 6명은 인터넷 게임사이트에서 만나, 함께 게임 정보를 공유하다가 알게 된 사이로 조사됐다.

이들은 관리자, 개발자, 홍보와 영업 등의 역할도 나눴다.

프로그램을 만든 개발자는 놀랍게도 B(15)군 등 중학생 2명이었다.

B군 등은 독학으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게임을 즐겼는데, 평소 익혀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게임 설정 파일 일부를 수정해 가면서 원하는 기능을 하나씩 만들어갔다.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게임사이트 이용자들에게 물어가며 실력을 키웠다.

상당한 실력을 갖추게 되자 A씨 등과 함께 불법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까지 하게 됐다.

처음엔 게임 승률을 높이려고 재미삼아 시작했지만, 게임용 악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포하는 불법행위까지 이른 것이다.

A씨 일당은 이 프로그램을 인터넷 카페 등에 광고해 게임 이용자들에게 팔았고, 판매 실적에 따라 '승진'을 시켜주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프로그램 총 90개를 팔아 400만원을 챙겼다.

B군처럼 10대들이 게임 능력치를 높이거나 자신의 해킹 능력을 자랑하려고 악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엄연한 불법행위다.

앞서 대전지방경찰청은 지난 6월 해킹프로그램을 만들어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등학생 2명과 대학생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해킹 능력을 자랑하고 싶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게임 이용자들이 악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위법한 행위라고 인식을 못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엄연한 불법이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so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