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 재단법인에 근무하는 A씨는 업무상 빈번히 만나는 업체 직원 B씨와 저녁식사를 했다. B씨는 평소 A씨에게 신세진 것도 있고 하니 자기가 내겠다고 하면서 식사비와 술값 7만원을 부담했다. 그런데 어느 날 A씨에게 경찰에 출석하라는 통보가 왔다. A씨가 근무하는 재단법인이 김영란법상 ‘공직유관단체’에 해당하기 때문에 1인당 3만원을 초과한 식사비는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제보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접대한 B씨도 처벌 대상이다.
[김영란법 합헌 이후] 연세의료원·고대안암병원 의사·간호사도 '김영란법 공직자'
위의 사례는 가상의 사례다. 하지만 9월28일 이후 언제든 발생 가능하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관련 주요 쟁점들을 모두 합헌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누구든 법 위반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부정청탁이나 금품 제공 등 금지 상대방인 ‘공직자 등’의 범위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청탁금지법에서의 ‘공직자 등’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공직유관단체, 공공기관의 각 장과 그 임직원도 포함된다.

정규직, 비정규직 등 근로계약 형태 및 수행 직무를 불문한다. 나아가 유치원을 포함한 각급 학교 장이나 교원 및 임직원, 언론사 대표자와 임직원까지도 포함된다.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한 법인·단체 또는 기관이다. 올해 321개가 지정됐다. ‘공직유관단체’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정한 단체로 983개에 달한다. ××공사, △△공단, OO연구원처럼 이름만으로도 공직유관단체임을 쉽게 알 수 있는 기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보조를 받거나, 중앙행정기관 또는 지자체장이 그 기관·단체의 임원을 선임·임명·위촉하는 기관·단체 등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공직유관단체에 속하는 재단법인도 많이 있다. 병원·의료원, 각종 사회·문화·예술·체육·교육단체 중에서도 상당수가 공직유관단체에 해당한다.

문화단체(재단법인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립교향악단, 국립극단,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예술의전당 등) 임직원 및 예술가, 사회단체(사단법인 대한노인회, 한국발명진흥회, 해외건설협회 등) 임직원, 재단법인 안양시민프로축구단(안양FC) 임직원 및 선수, 국공립병원, 사립학교병원(연세의료원, 고대안암병원), 지역 의료원(전라북도 군산의료원 등) 소속 임직원은 모두 법 적용 대상이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무수행사인’까지도 ‘공직자 등’의 범주에 포함된다. 공무수행사인이란 법령에 따라 공직자 등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사람을 말한다.

각종 법령에 따라 설치된 위원회 위원, 법령에 따라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위탁받은 법인·단체·기관·개인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만큼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은 광범위하고,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다른 사람에게 청탁을 하거나 받을 때, 또는 금품이나 향응을 주거나 받을 때 청탁금지법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상대방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지 모르고 무심코 과거처럼 청탁하거나 금품을 지급했다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을 범법자로 만들고 나도 범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진욱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
송진욱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
더 중요한 것은 부정한 방법으로 이익을 보려는 생각을 거두는 것이다. 상대방이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인지를 고민하기 전에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정상적인 절차와 방법에 따라 나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 그것이 청탁금지법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이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닐까?

청탁금지법이 살아 숨쉬는 규범으로서 우리 사회의 곳곳에 뿌리를 내려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