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오바마 존재감, 대중 관심 독차지…힐러리에 불리한 면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사실상의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첫 지원유세에 나서면서 '킹메이커'로 변신했다.

그는 이날 클린턴 전 장관과 함께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이번 대선 최대 승부처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을 찾아 클린턴 전 장관이 "뛰어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배턴을 넘겨줄 준비가 돼 있다"고 단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저격수를 자처하며 클린턴 지원사격에 톡톡한 역할을 했지만, 이번 유세를 시작으로 '힐러리 대통령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임기 막바지에도 국정 지지도 50%를 넘기며 높은 인기를 누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합류'로 클린턴이 천군만마를 얻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미 공영 라디오방송 NPR은 "최소한 지난 100년 동안 어떤 대통령도 후임자를 위해 이렇게 열렬히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며 이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지원유세가 "역사적"이고 "주목할 만한" 사건인 이유라고 평가했다.

NPR에 따르면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오바마 대통령만큼 후임자 지원유세에 열성적이지 않았던 데는 여러 배경이 있었다.

대통령 자신이 인기가 없었거나, 대선후보가 먼저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도 했다.

대통령의 건강이나 신상에 문제가 생긴 경우도 있었다.

2008년 대선 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 등으로 국정 지지도가 20%까지 추락한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매케인이 경선에서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 넘버' 대의원을 확보하자 백악관에서 기자들 앞에 나와 지지 선언을 했다.

하지만, 부시는 인기가 바닥인 자신이 매케인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이번 선거는 "나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권자들은 매케인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앨 고어의 경우 그 스스로 당시 현직에 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 했다.

고어는 1999년 대선 출마 선언 이후 클린턴 전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성 추문에 대한 실망감을 거듭 드러냈다.

이 밖에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암살돼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높은 열의에다 넘치는 에너지와 위트, 명료한 언변까지 갖추고 있어 여러모로 탁월한 '선거운동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존재감"과 "무대의 중앙을 차지하는 데 익숙한" 오바마 대통령이 '주인공'인 클린턴 전 장관에게 가야 할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