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도 '찬반' 공개 표명…'메일 온 선데이' EU 잔류 지지

영국이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 피살 이후 중단했던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 탈퇴) 찬반 투표 운동을 19일(현지시간) 재개했다.

주요 영국 언론들도 대부분 찬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며 투표 운동에 참여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국민 투표를 둘러싼 분위기가 다시 달아오를 전망이다.

◇재개된 브렉시트 캠페인…막판 총력전

오는 23일 브렉시트 국민 투표를 나흘 앞둔 가운데 찬반 진영 인사들이 TV에 출연하기로 하는 등 일제히 마지막 득표 운동에 돌입했다.

그동안 과열돼가던 브렉시트 캠페인은 지난 16일 유럽연합(EU)의 잔류를 지지한 콕스 의원이 피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자 양쪽 진영에서 찬반 투표 운동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EU 잔류를 지지하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탈퇴를 지지하는 선데이 텔레그래프에 기고문에서 영국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실존의 선택' 국면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불안정한 영국 경제가 EU를 탈퇴할 경우 무역과 투자에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면서 "확실하지 않다면 떠나는 위험을 감수하지 말자. 알지 못하면 가지 말자"고 호소했다.

EU 잔류를 지지하는 캐머런 총리와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뿐만 아니라 탈퇴 진영의 나이절 패라지 영국 독립당 대표도 19일 TV에 출연해 찬반 지지 연설을 할 예정이다.

EU 탈퇴 진영의 대표 인사 보리스 존스 전 런던시장은 이날자 더 선과 인터뷰에서 EU 탈퇴만이 "극단주의자들의 총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콕스 의원 피살로 고조된 극단주의에 대한 불안을 자극했다.

존스 시장은 또 "이민에 결부된 문제는 EU에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할 수 없는데도 통제할 수 있다고 정치인들이 약속한 것"이라며 '순이민자를 10만여명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한 캐머런 총리를 겨냥했다.

이처럼 브렉시트 캠페인이 재개된 가운데 영국 국민의 여론도 팽팽한 상황이다.

지난 10일과 18일에 실시된 6차례 여론 조사 결과는 찬반 지지율이 부동층을 제외하고는 50 대 50이었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이 근래 여론 조사에서는 근소한 차로 앞서왔으나 콕스 의원 피살 이후 나온 여론조사에서는 EU 잔류 지지율이 오르는 추세다.

여론조사업체 서베이션이 지난 17∼18일 성인 1천1명을 상대로 전화조사를 한 결과, EU 잔류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45%로, EU 탈퇴 지지(42%)보다 3%포인트 앞섰다.

이는 콕스 의원 피살 이후 실시된 첫 여론 조사로, 그의 사망 전날인 지난 15일 발표된 서베이션의 여론 조사에서 브렉시트 찬성이 3%포인트 우위를 보인 데서 역전된 결과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 16∼17일 실시해 18일 공개한 온라인조사(선데이 타임스 의뢰)에서도 EU 잔류 44%, 탈퇴 43%로 잔류가 근소한 차이로 우세했다.

응답자 3분의 2가 콕스 의원 피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조사에 응했다.

이 역시 EU 탈퇴(46%)가 7%포인트 앞섰던 지난 13일 유고브 여론조사에서 찬반이 뒤바뀐 결과다.

다만 유고브가 15~16일 벌여 18일 내놓은 여론조사(ITV 의뢰)에선 EU 탈퇴(44%)가 잔류(42%)보다 여전히 높게 나왔다.

또 오피니엄이 14~17일 벌여 1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선 EU 잔류와 탈퇴가 44%로 같았다.

이 조사는 거의 대부분 콕스 의원 피살 이전에 진행됐다.

◇ 언론도 찬반 공개 표명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임박해옴에 따라 영국 언론들도 공개적으로 찬반 지지를 표명하며 투표 운동에 뛰어들었다.

유력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일간지 더타임스에 이어 보수 성향의 일간 데일리 메일의 일요판인 '메일 온 선데이'와 일간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가 18일 EU 잔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반면 선데이 타임스와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독자들에게 EU 탈퇴에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메일 온 선데이는 "지금은 영국의 평화와 번영에 위협을 줄 때가 아니다"면서 "과거의 용기 있는 작은 영국을 믿는 사람들이 위험한 환상을 파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옵서버는 "우리는 EU의 일원이 될 필요가 있다"면서 "EU 밖에서는 세계 속의 우리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브렉시트 찬성이 독립 국가로서 영국의 야망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고, 선데이 타임스는 "우리는 어려움을 겪을 준비를 해야 하지만 브렉시트 찬성투표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런던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황정우 특파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