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4곳이 동시에 개발되고 있는 시흥시가 수도권 서남부권 신흥 주거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공사가 한창인 은계택지지구 전경. 시흥=윤아영 기자
신도시 4곳이 동시에 개발되고 있는 시흥시가 수도권 서남부권 신흥 주거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공사가 한창인 은계택지지구 전경. 시흥=윤아영 기자
경기 시흥시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중앙정부가 지정하는 ‘지방재정 위기단체’였다. 배곧신도시 개발을 위해 발행한 지방채 3000억원 탓에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43%까지 올라갔다. 무분별한 개발사업으로 재정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이 이어졌다. 낙후된 지역 개발도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그랬던 시흥시가 부채 ‘제로(0)’ 도시로 거듭나며 수도권 서남부 핵심 주거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지방채 3000억원을 모두 갚았다. 시가 시행을 맡은 배곧신도시 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이곳 개발사업 순수익만 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교통 호재 속 4개 택지지구 개발

수도권 주택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달까지 시흥에서 공급된 아파트는 2만5897가구에 달한다. 수도권에서 인근 평택시와 수위를 다투고 있다.

광명(5450가구) 부천(9268가구) 안산(6345가구) 안양(5346가구) 등에 비해선 최대 4배 가까이 많다. 올해와 내년 분양물량을 기준으로 하면 시흥시는 수도권 서남부권에서 독보적이다.

배곧신도시 조감도.
배곧신도시 조감도.
시흥시가 개발 중인 택지지구는 4곳이나 된다. 시흥시가 직접 개발한 배곧신도시를 비롯 목감지구, 은계지구, 장현지구 등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발이 더뎠던 시흥시가 교통망 확충이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 택지지구 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전체 면적이 134㎢로 부천시의 2.4배에 달하는 시흥시는 남쪽으로 영동고속도로, 북쪽으로 경인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제3경인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와도 가깝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다른 지역으로 쉽게 갈 수 있는 광역교통망이 확충됐다. 다만 서울과 바로 연결되는 대중교통이 없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부천 소사역과 안산 원시역을 잇는 복선전철(2018년 개통 예정)과 안산·시흥에서 서울 여의도를 잇는 신안산선 복선전철(2023년 개통 예정)이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쏟아지는 분양 물량

시흥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785만원(이달 8일 기준)으로 경기도 평균(988만원)보다 25%가량 낮다. 싼 집값 등의 영향으로 20~40대 인구 비중이 49.5%(2015년 말 기준)에 이른다. 2013년까지 감소한 인구도 2014년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3월 말 기준 아파트 미분양 물량도 ‘제로’다.

택지지구 4곳이 동시에 개발되고 있지만 입지가 달라 주택 수요층도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배곧신도시는 인천 송도생활권, 동쪽에 있는 목감지구는 광명·안양생활권, 북쪽의 은계지구는 광명·부천생활권, 시흥시청을 끼고 있는 장현지구는 안산생활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야동 D중개법인 관계자는 “시흥 면적이 워낙 넓다 보니 각각의 택지지구가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이 마무리되는 다른 수도권 도시들과 달리 시흥은 이제 개발을 시작하는 도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 초부터 이 달 은계지구에서 분양 예정인 한양, 호반건설 등의 신규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고 덧붙였다.

건설업체들도 땅 확보를 위해 시흥으로 몰리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 3월 입찰에 부친 목감지구 공동주택용지 B9블록엔 304개 건설사가 뛰어들었다. LH는 이달 중 장현지구에서 아파트 용지 5개 필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린벨트 지역 개발 본격화

시흥은 전체 면적의 64%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여 있다. 개발이 더딘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올해부터 30만㎡ 이하 그린벨트는 정부 승인 없이 도지사 등의 판단에 따라 해제가 가능해졌다.

시흥시 관계자는 “이미 민간투자자 지원을 받아 매화동 일원의 개발제한을 해제해 매화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올 하반기 중 개발 가능한 부지 4~5곳에 대한 사업자 선정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시흥시가 신도시 개발 경험을 살려 그린벨트 해제지역 개발에 본격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시흥시는 다른 수도권 도시들과 달리 개발 가능한 토지를 많이 갖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시흥=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