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항공우주산업 날개 달아줄 때
철강과 조선, 해양플랜트와 석유화학 등 전통 주력 산업들이 구조조정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중공업 분야를 발전시키면서 얻은 건 무엇일까. 생산기술의 시스템화와 연구개발(R&D) 능력, 해당 업계가 확보한 인재를 꼽을 수 있다. 이런 전문 인재를 항공우주산업에 접목시킬 수는 없을까.

항공우주산업 육성을 위해선 우수한 전문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지난 수십년에 걸친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의 자산인 양질의 전문인력을 항공우주산업에 도전하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항공기 동체의 필수 소재인 티타늄 합금의 자체 생산도 필수적이다. 항공우주산업용 티타늄 합금 제품의 세계 공급 시장은 러시아의 VSMPO, 미국의 TIMET와 ATI 등 3개 기업이 약 80%를 차지한다. 하지만 세계 최대 항공우주소재 기업인 VSMPO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분쟁 여파로 부품소재 공급라인이 불안해졌다. 최근 들어 보잉을 비롯한 주요 메이저 항공기 제작업체들의 티타늄 합금 확보 노력은 가히 필사적이다.

‘세계 6대 항공산업 강국 진입’이란 한국의 꿈은 기본적으로 티타늄 합금 생산에서 시작돼야 한다. 항공우주산업 분야를 놓고 경쟁하는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중 티타늄 합금을 자체 생산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그만큼 기초소재 개발이 중요하다. 최근 경상북도가 지역전략산업으로 ‘티타늄 산업생태계’를 새로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위기에 처한 중공업 분야의 구조조정을 새로운 우주항공산업의 고도화로 반전시킨다면 창조경제는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 간 주요 기술 이전 갈등을 보면서 뒤늦게나마 우리 능력으로 무기체계의 개발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과학기술 사업 분야 중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는 발사체나 위성, 무인기 등의 항공우주산업 고도화 및 항공우주산업용 티타늄 합금과 같은 신소재산업 육성이 본격적인 성장동력이 되길 소망한다. 처음은 어렵겠지만 여럿이 지혜를 모아 땀을 흘린다면 미래의 ‘빵’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병기 < 항공우주연구원 초빙 정책자문위원·전 청와대 국방비서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