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잦은 비·높은 기온…유충 성장·확산 빨라"

'앗. 모기다….'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해 출근하는 직장인 최모(여)씨는 25일 아침 전동차가 을지로4가역을 지날 즈음 불규칙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모기 한 마리를 발견했다.

출근·등교하는 직장인과 학생으로 만원인 지하철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어려운 최씨에게 새까만 모기가 점점 거리를 좁히며 날아왔다.

최씨는 "모기가 내 가슴팍까지 왔다가 나를 지나 옆자리 승객에게 앉았다"며 "모기가 가까이 와도 잡기 어려웠고, 물릴까 봐 몸에 털이 곤두섰다"고 떠올렸다.

최근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도 지하철에서 모기를 봤다거나 모기에게 물렸다는 '증언'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tendoumusi'는 이달 17일 트위터에 "지하철에 모기 한 마리가 날아다니다가 앞에 서 있는 여성분의 새끼손가락 마디 사이에 앉는 걸 봤다"며 "보고 있는 내내 내 손가락이 간지러운 느낌이었다"라고 썼다.

아이디 'stromtrain'은 19일 "지하철에서 발을 모기한테 물렸다.

그놈이 계속 내 옆을 맴돌더라니…"라고, 아이디 'aroroel'은 같은 날 "지하철에서 올해 처음 모기 물렸다"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아. 지하철에 모기 있어…"('starryeyed_all'), "지하철 환승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 발목에 모기 물렸다"('dorong_mino') 등 짜증 섞인 반응도 나왔다.

어느 역에서 목격한 것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아이디 'Souffle__'는 21일 "지하철 벽에 붙은 저게 다 모기인가"라고 지하철역 상황을 전했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5∼8호선 구간을 맡은 서울도시철도공사에도 모기 관련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민원 콜센터와 홈페이지의 고객의견 공간을 통해 모기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는 승객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모기 출현과 확산 속도가 예년보다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6일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이제 5월인데 예년보다 확실히 모기가 늘었다"면서 "비가 자주와 모기의 산란처가 늘었고, 기온도 예년보다 높아 유충의 성장속도가 빨라지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공사와 서울메트로는 방역 강화에 나섰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최근 산하 차량사업소 7곳에 공문을 보내 "최근 기온상승으로 전동차 객실 내 모기 등 해충으로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니, 살충 방역을 강화하고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공사는 올해 2월 소두증(小頭症) 원인으로 의심되는 '지카 바이러스'의 매개체로 모기가 지목되자 역사·전동차 방역과 소독을 대폭 강화한 바 있다.

'지카 바이러스' 유행이 지나가 느슨해진 방역의 고삐를 바짝 죈 것이다.

서울메트로도 방역·소독을 강화했다.

전동차 방역소독 횟수를 기존 월 1회에서 4회로 늘리고, 승강장·대합실 소독은 월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화장실 방역·소독도 주 3회 이상으로 확대해 모기 유충 서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애쓰고 있다.

이동규 교수는 "지하철 상가의 화장실 정화조 등 유충이 많이 발생하는 곳을 잘 찾아 철저한 방역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민들도 지카 바이러스 사태로 많이 놀랐겠지만, 국내에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모기는 드문 만큼 너무 과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