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시점 7월 전후설…野 대선구도에 영향 속 정계개편 신호탄?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18일 "우리는 4·13 총선 결과를 깊이 새기고 국민의 분노와 좌절을 제대로 안아 새판을 짜는데 앞장서나갈 것을 다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7·30 수원 팔당 보궐선거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 전남 강진에서 칩거에 들어간 지 21개월만에 정계복귀를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야권의 심장부인 '5·18 광주'에서였다.

야권 내에서 꾸준하게 구원등판론이 제기돼온 손 전 고문이 약 2년만에 컴백할 경우 기존의 야권내 대선주자 구도도 요동치게 될 전망이다.

야권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두 야당' 체제로 재편된 가운데 '새판짜기론'을 내건 그의 복귀는 8월말 9월초 더민주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야권 지형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최근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손 전 고문을 당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하고 여권의 분화 시나리오까지 도는 등 정치권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과 맞물려 경우에 따라 정치권 전체의 새판짜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선도 일각서 나온다.

손 전 고문은 이날 5·18 광주 민주화운동 36주년을 맞아 측근과 지지자 등 250여명과 함께 5·18 민주묘역을 찾았다.

그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5·18의 뜻은 시작이다.

각성의 시작이자 분노와 심판의 시작이다.

또한 용서와 화해의 시작이기도 하다"며 "지금 국민의 요구는 이 모든 것을 녹여내는 새판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야권에서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다는 질문에 "이 정도만 (얘기) 하죠"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이어진 오찬 자리에서 손 전 고문은 새판짜기 주도론을 내세워 사실상 정계복귀 선언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그는 "오늘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5·18이 항상 시작을 의미하고 오늘 우리가 국민의 염원을 담아서 이 모든 뜻을 녹여낼 수 있는 새판을 시작한다는데 그 뜻이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들은 희망을 잃고 좌절에 빠져있다.

그 분노와 좌절의 표시가 이번 4·13 총선 결과"라며 "우리는 새판을 짜는데 앞장서 나갈 것을 여러분과 함께 같이 마음을 나누고 다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손 전 고문은 이날 발언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지지자들의 요청으로 '손하트'를 만들어보인 뒤 오찬장을 떴다.

이날 '회합'에는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과 양승조 이찬열 이개호 의원, 김병욱 고용진 박찬대 어기구 당선인 등 500여명이 몰려와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손 전 고문의 발언 도중 '손학규, 손학규'라는 연호가 나왔으며, 한 지지자는 '손학규 대통령'이라는 구호의 삼창을 제안하기도 했다.

손 전 고문은 행사 직후 일본 게이오대 초청 강연을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출국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구 정치질서에 대한 전면 거부, 새 정치질서로의 재편이라는 총선 민의에 따라 실천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각 정당의 상황이 유동적이고 여의도 정치가 격변기를 겪고 있는 만큼, 당장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 같다.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고문 주변에서는 '하산'(下山)의 시기와 관련, 오는 7월 손 전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이 10주년을 맞는 것을 눈여겨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앞서 손 전 고문은 지난 4·13 총선 국면에서 더민주의 수도권 박빙지역 후보들에 대한 지원을 검토했으나 막판에 이를 접은 바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아온 손 전 고문이 정치활동을 재개할 경우 그 선택지는 경우에 따라 제3지대가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구질서의 재편이라는 큰 틀에서 고민이 구체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광주연합뉴스) 송수경 임형섭 서혜림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