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 앞서 집무실에 도착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 앞서 집무실에 도착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29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첫 회담에 대해 상반된 총평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제1야당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은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혹평했다.

대통령실 "총론적·대승적 인식 같이한 부분 있어"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날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날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 후 진행한 브리핑에서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했다.

이 수석은 "첫째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 대표는 '의료 개혁은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 이렇게 말했다"며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정책적 현안이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당, 야당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은 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 이런 입장을 표명했다"고 했다.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수용을 촉구한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방지책, 그리고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에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했다.

민주당 "상황 인식 너무 안일해…변화 찾아볼 수 없었다"

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 대변인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 대변인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대통령실의 '이견은 있었지만,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이 있었다'는 취지의 총평과 달리 민주당은 '실망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 기조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보였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다만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고, 앞으로 소통은 이어가기로 했다. (회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제가 대표님께 오늘 영수회담에 대한 소회를 말씀을 듣고 싶어서 어떠시냐고 했더니,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되겠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며 "향후 대한민국이 이번 총선에서 일방적 독주와 관련된 부분을 심판받았는데, 회담 내에서는 (국정 기조 전환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실망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경청'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회담 시간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진 이유에 대해 "이 대표가 15분 모두발언을 하고 그 이후 (비공개) 회담은 대표께서 화두를 꺼내면 윤 대통령이 답변하는 형식이었다"며 "윤 대통령의 답변이 상당히 길었다. 몇 가지 주제를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상당히 지났는데, 천준호 비서실장이 시간 계산을 해보니 85:15 정도 됐던 것 같다. 모두발언 이후에는 윤 대통령이 많은 말씀을 하셨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여야정 협의체에 관한 대화에서도 민주당은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여야정 민생 협의체라는 제안을 윤 대통령이 했는데, 이 대표는 민생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대통령께서 민생회복긴급조치에 대해 직접 결단해줘야겠다는 주문을 재차했지만, 대통령은 그 입장을 고수했다"며 "민생협의체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진행되기 어려웠다"고 했다.

A4 10장 원고 준비한 李 "국민 삶 어려워졌다" 국정 맹비판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 130분간 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양자 회담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720일 만에 처음 이뤄졌다. 이번 회담은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제안하고, 이 대표가 이에 화답해 열흘 만에 성사됐다.

회담은 당초 1시간가량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제와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길어져 약 2시간 10분 만인 이날 오후 4시 14분에 종료됐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과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A4용지 10장 분량의 원고를 준비해온 이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국정 기조 전환을 강하게 요구했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자제를 비롯해 채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을 요구하면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 수용을 에둘러 촉구하기도 했다.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도 힘줘 요청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 팍팍하고 국민 삶이 어려워졌다",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서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한다" 등 국정 운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약 15분간 준비해온 원고를 읽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거나 이 대표와 눈을 맞추면서 발언을 들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