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의 회장 "펀드라도 만들어 먼저 100척 발주하자"

"(조선업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며 바닥을 치면 올라올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12일 오후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가 열린 충남 아산 온양그랜드호텔.
회의장 앞에서 만난 원경희 거제상의 회장은 "지역민들은 더 힘이 빠지는 상태다.

조금 희망이 보인다고 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선 기자재를 납품하는 거성해운을 운영하는 원 회장은 구조조정 태풍의 한복판에 휩싸인 조선소 협력업체다.

원 회장은 "대우(조선해양)는 2018년, 삼성(중공업)은 2017년까지 물량이 있다"며 "그런데 조선이라는 게 물량이 떨어지기 1년 전에 수주해야 한다.

배를 짓기 위한 준비를 하는 데 1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올해 수주 실적이 거의 없다.

앞으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조선소에 다니는 근로자들이 일터를 떠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원 회장은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2천~3천명씩 없어진다.

당장 5월 대우의 페트로나스, 말레이시아 배인데 이게 나가면 2천~3천명 정도 줄어든다.

자연감소로 볼 수 있다.

삼성에서도 모덱이란 배가 출항하면 또 2천~3천명 없어진다"면서 "언제쯤 2만~3만명씩 줄어드는 때가 온다고 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협력사에선 조선소에 일감이 없는데 더더욱 근로자를 놔둘 수 없는 처지라고 한다.

원 회장은 경남 상의에서 3일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고용위기 지역 및 특별고용업종 지정을 건의했는데 아직 답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어쨌든 실제 당하고 있는 근로자들을 위한 당장의 지원은 없다.

특별고용업종 지정이라도 해서 실업급여라도 10개월까지 늘려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BN그룹 명예회장)도 체감하고 있는 지역 경제의 한파를 전했다.

조 회장은 "조선 경기는 1년 전부터 예고됐던 것"이라며 "노동이 너무 집중돼 있던 게 문제였다.

큰 조선소에 인원이 3만~4만명 되는데 일본은 30년 전부터 전부 분업화해서 조선소는 어셈블리(조립)만 하는 체제로 바꿔놓았다"고 설명했다.

조선소에서 받는 인건비와 조선 기자재 2, 3차 협력업체에서 받는 인건비는 2배 차이가 난다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배 한 척 짓는데 인건비가 23~25% 차지하는데 일본처럼 협력업체로 분업화하면 인건비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자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전부 함께 망하는 상황이 되면 곤란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반이라도, 아니 3분의 1이라도 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돈을 좀 풀어줘야 하는데 그냥 풀 수는 없고 어떻게 푸느냐. 조선소에 일류 엔지니어들을 전부 모아서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5만~6만톤, 55미터 선형의 배를 빨리 개발해서 정부 돈이나 안되면 펀드를 만들어서라도 한 100척 정도 먼저 발주하는 것이다.생산원가만 받고 조선업이 연명만 할 수 있도록 발주해놓으면 다시 호황이 오면 살아날 수 있다."

조 회장은 "언젠가는 큰 배가 필요한 시기가 온다"며 조선업의 미래를 내다봤다.

(아산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