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총리회담 성사시킨 '장수 총리' 강영훈 전 총리 별세
강영훈 전 국무총리가 10일 9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던 강 전 총리가 이날 오후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는 노태우 정부 시절 남북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총리회담을 성사시키며 한국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1921년 평안북도 창성군에서 태어난 강 전 총리는 일제강점기 때 만주 건국대를 다니다가 학병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광복 후에는 한국군 창군을 주도한 뒤 육군에 복무했다. 6·25전쟁 때는 국방부 관리국장과 육군 제3군단 부군단장을 지냈다. 국방부 차관, 연합참모회의 본부장, 군단장 등을 거쳐 1960년 육군사관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뒤 5·16 군사정변을 맞아 동참을 거부했다가 ‘반혁명 장성 1호’로 서대문교도소에 수감됐다.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한국외국어대 대학원장과 외무부 외교안보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그는 전두환 정부 때 영국, 아일랜드, 로마교황청 대사 등을 지내며 외교관으로 활약했고, 1988년 민주화합추진위원을 거쳐 같은 해 제13대 국회에서 민주정의당 소속 전국구 의원으로 등원해 국회 올림픽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초선의원이던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 의해 국무총리로 발탁돼 1990년까지 내각을 통할했다.

재임기간인 1990년 9월 분단 45년 만에 최초로 남북총리회담을 성사시키면서 남북 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 10월에는 홍성철 통일원 장관과 함께 총리로는 처음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도 했다. 재임기간이 2년으로 ‘장수 총리’였다. 부인 김효수 씨와의 사이에 변호사인 아들 성용·효영씨와 딸 혜연씨 등 2남1녀를 뒀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