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기업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효율과 누적된 부실로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대표적인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국유기업이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BAT) 등 중국 대표 인터넷 기업과 전략적 제휴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BAT 기업의 성공 경험을 벤치마킹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란 분석이다.
중국 국유기업 개혁에 'BAT맨'이 나섰다
○인터넷 기업 노하우 신사업에 활용

WSJ에 따르면 중국 대표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 산하 벤처캐피털은 최근 우광발전의 전자상거래사업부에 3억위안(약 530억원)을 투자했다. 우광발전은 금속·광산개발 관련 국유기업인 우광그룹 계열사다. 우광발전은 철강 제품을 판매하는 B2B(기업 대 기업)사이트를 개선하기 위해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를 벤치마킹한다는 계획이다. 우광그룹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기업 개혁을 위한 중대한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 정유회사 시노펙도 최근 알리바바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석유, 천연가스 제품을 판매하는 B2B 사이트를 개설하는 데 알리바바가 보유한 클라우드 컴퓨팅 및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시노펙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알리바바가 거둔 성공 경험을 차용하길 원한다”며 “향후 개설할 B2B 사이트를 ‘정유업계의 타오바오’로 키워낼 것”이라고 밝혔다. 시노펙은 2014년에는 비정유사업부문을 육성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위챗으로 유명한 텐센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작년 11월에는 국유기업 중신그룹이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기 위해 중국 대표 검색업체 바이두와 손을 잡았다. 은행 이름도 바이두와 중신을 합친 ‘바이신 은행’으로 지었다. 은행 고객의 신용을 평가하는 데 바이두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것이 중신그룹의 계획이다.

○명분과 실리 챙기는 BAT

중국 국유기업과 BAT 기업 간 제휴 확대는 인터넷 기업의 혁신 유전자(DNA)를 국유기업에 이식함으로써 빈사 상태에 빠진 국유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부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작년 초 ‘인터넷 플러스 행동계획’을 발표하면서 “전통 제조업에 인터넷 기술을 접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하반기 발표한 국유기업 개혁 방안에서는 국유기업의 지분 일부를 민간기업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국유기업 경영에 민간 참여를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이 같은 방침을 세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유기업과 민간기업 간의 경영 성과가 뚜렷한 대조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2011년 이후 5년간 국유기업 순이익이 연평균 7.3% 증가하는 동안 민간기업은 18.6% 급증했다. 컨설팅회사 가오펑의 에드워드 츠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공산당의 ‘계획’ 아래 움직여온 국유기업과 달리 인터넷 기업은 1990년대 설립 이후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았다”며 “많은 국유기업 경영진이 BAT의 성공 모델을 배우길 원한다”고 말했다. WSJ는 “인터넷 기업 입장에서도 국유기업과의 제휴 확대는 정부 정책에 부응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고, 정부 및 국유기업의 조달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