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서명부 심사 시작…'유효' 확인시 7·8월께 투표 전망
홍 지사, '성완종 사건' 재판·허위서명 수사 등 악재 '첩첩'

4·13 총선이 끝나자 경남에서는 선거기간 미뤄졌던 홍준표 경남도지사 주민소환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다음 달 6일부터 총선 때문에 미뤘던 홍 지사 주민소환투표 청구서명 심사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도선관위는 주민소환법상 청구요건인 도내 유권자 10%에 해당되는 숫자 이상 서명이 유효한 것으로 확인되면 이르면 7월, 늦어도 8월에는 주민투표 절차를 밟을 것으로 21일 내다봤다.

홍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서명이 유효할 지, 주민투표가 현실화될 지, 주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결과가 주목된다.

◇ 주민소환 서명 '무효' 판정 변수 많아
경남 시민단체와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홍준표 경남도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지난해 11월 30일과 올해 2월 12일 2차례에 걸쳐 홍 지사 주민소환투표 청구서와 소환청구인서명부를 도선관위에 제출했다.

운동본부는 총 35만4천651명의 서명부를 제출했다.

이는 주민소환 청구 요건인 도내 유권자 10%(26만7천416명) 보다 8만7천235명 많은 숫자다.

도선관위 심사에서 유효 서명자가 26만7천416명 보다 적으면 주민소환투표는 취소된다.

주민소환법에 따르면 총 7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서명은 무효처리된다.

우선 주민소환투표 청구권자가 아닌 사람의 서명이다.

서명 당사자인 청구권자는 경남에 사는 만 19세 이상 도민이면 누구나 서명부에 서명할 수 있다.

그러나 만 19세 미만 혹은 영주권이 없거나 영주권이 있더라도 한국에 3년 이상 체류하지 않은 외국인 서명은 인정받을 수 없다.

누구의 서명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서명도 무효다.

서명부에는 성명과 생년월일, 주소를 기재해야 하는데 이름을 알아볼 수 없게 적었거나 생년월일, 주소가 불명확해도 안 된다.

서명요청권이 없는 사람이 부탁해 받은 서명도 무효다.

서명요청권은 수임인에게 있는데 수임인은 청구인 대표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명활동을 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한 사람이 두 번 서명하거나 서명요청기간 외에 받은 서명도 무효 처리된다.

홍 지사 주민소환 서명요청기간은 지난해 7월 23일부터 11월 20일까지 100일이었다.

다만 군수·시의원 재선거 기간이 겹친 고성군과 사천시 라선거구에서는 지난해 12월 7일부터 올 2월 6일까지 따로 서명요청기간을 두고 이때 서명을 받았다.

강요나 속임수처럼 부정한 방법으로 서명을 받거나 청구인 서명부에 도선관위 검인 혹은 고유 일련번호가 없어도 안 된다.

◇ 서명 심사 참관인 없는 대신 열람기간 따로 마련
이처럼 유효·무효 서명을 구분하는 것은 선관위 직원들의 몫이다.

도선관위를 포함해 23개 구·시·군 위원회는 해당 지역 서명 심사를 맡는다.

이곳에서 일하는 선관위 소속 직원들 판단에 어느 서명이 유효가 되고 무효가 될지 갈리는 것이다.

인력에 한계가 있고 서명부에 기재된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하나하나 다 확인하기 때문에 심사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도선관위는 이 기간을 짧으면 2개월에서 길면 3∼4개월로 잡는다.

서명 심사에는 총선처럼 일반 참관인들이 옆에서 확인할 수 없다.

대신 열람 및 이의신청 기간을 따로 두고 서명 심사 결과를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도선관위는 6월 13일을 전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7일간 열람 및 이의신청 기간을 둘 계획이다.

이 기간에 열람을 원하는 일반인은 서명부와 심사 결과를 비교해볼 수 있다.

만약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서면으로 관할 위원회에 재확인 신청을 하면 된다.

재확인 신청을 받은 관할 위원회는 이를 검토해 그 결과를 신청자에게 통보해줘야 한다.

참관인을 두지 않는 대신 따로 열람 기간을 둬 부정 심사 논란을 최대한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다.

◇ 투표 결정되더라도 절차 많아…총 비용 130억원 추정
유효 서명인 수가 주민소환 청구 요건을 넘기면 후속 절차가 이어진다.

우선 도선관위는 심사가 끝나는 대로 인터넷 홈페이지나 언론 등에 주민소환투표 사실을 공지해야 한다.

이날부터 7일 안으로 홍 지사는 소명서를 작성해 도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도선관위는 소명서를 받은 날부터 20∼30일 안으로 날짜를 잡아 투표를 실시한다.

소명서는 심사 결과와 같은 방식으로 공지해 일반인들이 홍 지사의 소명 요지를 충분히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홍 지사는 공표일부터 주민소환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가 자동으로 정지된다.

투표 결과 경남 전체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수의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홍 지사는 그 즉시 도지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4·13 총선 때 경남 선거인수 271만9천668명을 기준으로 하면 90만6천500여명 이상이 투표해 45만3천300여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투표가 끝나 수긍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면 홍 지사는 불복절차를 밟아 중앙선관위에 소청을 제기할 수 있다.

중앙선관위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주민소환 절차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홍 지사가 몸담은 도청에서 부담한다.

주민소환법은 주민소환 투표 준비 관리와 시행에 필요한 비용을 주민소환 청구 대상자가 있는 지자체에서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 지사 주민소환과 관련해 경남도는 도선관위에 3억3천900만원을 우선 지출했다.

도선관위는 홍 지사 주민소환운동이 투·개표까지 이어진다면 150억∼16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한다.

◇ 주민투표까지 변수 많아…실제 소환 여부는 불투명
홍 지사에 대한 주민투표가 성사되더라도 실제 소환 여부는 가늠하기 어렵다.

주민이 직접 뽑은 지방공직자를 주민이 직접 해임할 수 있게 해 지방자치제도 취지를 살리자는 논리에 따라 2007년 주민소환법이 시행됐다.

지난 10년간 주민소환투표가 추진된 사례는 교육감과 시·도지사 7건을 포함해 기초자치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등 모두 81건이다.

그러나 주민투표까지 갔더라도 교육감과 단체장을 실제 소환한 사례는 지금까지 한 건도 없다.

광역화장장 유치 문제와 관련해 경기도 하남시의원 2명만 소환됐다.

투표율이 개표 조건에 미치지 못했거나 주민투표로 가기 전에 주민소환을 철회하거나 서명부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성사된다면 투표율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지역에 한해서만 시행되는 주민소환투표는 대체로 관심이 떨어져 투표율이 높아야 10%를 넘기 힘들다.

특히 주민투표 시행 시기로 예상되는 7∼8월은 휴가철이어서 주민투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변수는 많다.

이번 총선에서 도내 16개 선거구 중 4곳에서 홍준표 도정에 비판적인 야당에서 당선인을 냈다.

이들 당선인과 야당이 주민투표 문제를 지역 이슈로 부각한다면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여기에다 일부 여당 당선인 가운데도 홍 지사와 대립해온 인물이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홍 지사 재판 결과도 주민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홍 지사 주민소환에 맞서 보수단체들이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청 전 고위간부와 도청 산하 기관 대표들이 허위서명을 주도한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도 주민소환투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홍 지사의 올해 여름은 유난히 뜨겁고도 힘겨울 것으로 보인다.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home12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