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프린터처럼 찍어낸다
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플렉시블(휘는) 디스플레이 등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를 프린터처럼 찍어서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과학계는 기존 반도체 공정보다 설비 투자 비용이 낮고 생산 속도가 빨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등의 가격을 떨어뜨릴 획기적 기술로 평가하고 있다.

최지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희유자원활용연구실 선임연구원(사진)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등 공동 연구진은 금속과 무기물 나노입자를 액체에 녹여 프린터 잉크처럼 기판 위에 출력하는 방식으로 박막트랜지스터(TFT)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7일 발표했다.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실리콘 반도체와 휘는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박막트랜지스터는 금속이나 화합물을 증발시킨 뒤 진공 상태에서 기판 위에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만든다.

연구진은 머리카락 10만분의 1 굵기의 나노입자를 액체로 바꿔 기판에 한 층 한 층 덧씌우는 방식으로 박막트랜지스터를 제조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컬러 잉크젯 프린터에 네 가지 색상 잉크가 들어가는 것처럼 트랜지스터의 각 부품을 구성하는 잉크를 개발했다. 카드뮴·셀라나이드로 반도체층을 찍는 잉크, 알루미나 나노입자로 절연체층을 찍는 잉크를 만들었다.

은 나노입자로는 트랜지스터의 전극을 구성하는 용액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프린터로 컬러 인쇄물을 출력하듯 이들 용액으로 한 층 한 층 찍어 박막트랜지스터를 제조했다.

이 연구 논문의 제1 저자인 최 선임연구원은 “이 방법을 이용하면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 센서 등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기본 소자를 프린터처럼 찍어내듯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