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이 지난 주말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문을 연 ‘홍제원 아이파크’ 모델하우스에 예비 청약자 2만여명이 몰렸다.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을 보고 있다. 오는 6~7일 1·2순위 청약을 받는다. 현대산업개발 제공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주말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문을 연 ‘홍제원 아이파크’ 모델하우스에 예비 청약자 2만여명이 몰렸다.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을 보고 있다. 오는 6~7일 1·2순위 청약을 받는다. 현대산업개발 제공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보다 분양이 잘 돼 다들 놀라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아파트 분양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공급과잉 논란과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등으로 작년 말부터 크게 위축됐던 수도권 분양시장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 하남·고양·의정부, 인천 송도 등에서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주상복합·아파텔(주거용 오피스텔) 등의 순위 내 마감이 잇따르고 있다. 거래량이 크게 줄면서 두 달 이상 가격 변동이 없던 서울의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도 오름세로 방향을 틀었다.
○되살아나는 서울 분양시장

3일 금융결제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분양한 단지는 총 19곳이다. 이 중 서울에선 6개 단지가 공급됐는데 5곳이 1순위에서 청약마감됐다. 경기지역도 10곳 중 6곳이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지난주 청약을 받은 서울 강남구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 2단지 재건축)는 3.3㎡당 최고 분양가격이 4400만원대에 달했음에도 1만명 이상이 청약통장을 썼다. 평균 경쟁률 33 대 1, 전용 59㎡A형의 최고 경쟁률은 78 대 1에 달했다. ‘은평 스카이뷰자이’(13.2 대 1)를 비롯해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12.5 대 1), ‘힐스테이트 녹번’(11.7 대 1) 등 서울의 다른 단지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수도권에선 분양성적이 엇갈렸다. 아파트 같은 오피스텔을 내세운 고양 ‘힐스테이트 삼송역’은 지난달 969실이 사흘 만에 ‘완판(완전판매)’됐다. 경기 하남의 ‘e편한세상 미사’(14.3 대 1)와 의정부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파크’(14.3 대 1) 청약에도 인파가 몰렸다. 반면 공급이 많았던 경기 광주·용인·평택 등에선 일부 미달 단지도 나왔다.

○재건축발(發) 집값 상승세 오나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의 첫 재건축 주자인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전용 59㎡의 분양가격이 10억원에 달하는데도 일반분양에 성공, 주변 단지 가격도 끌어올렸다. 개포지구에서 사업 속도가 가장 더딘 주공1단지(전용 49㎡)는 연초 8억8000만~9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9억5000만~9억6000만원으로 뛰었다. 개포 주공3단지는 한 주 만에 3700만~5700만원가량 올랐다. 작년 10~11월 분양된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삼호 가든4차)과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서초 한양)는 고분양가 논란에 미분양이 남았지만 최근 거의 팔렸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경기 과천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주공8단지 시세도 연초보다 3000만~4000만원 올랐다.

재건축발 가격 상승 기대감은 기존 아파트로도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3월26일~4월1일) 서울의 아파트 매매값은 올 들어 가장 큰 상승폭(0.05%)을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는 남양주(0.03%) 평촌(0.02%) 고양(0.02%) 부천(0.02%) 성남(0.02%) 광교(0.01%) 등지에서 아파트 매매값이 올랐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전셋값이 매매가 대비 80%를 웃도는 지역이 속출하면서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며 “금리는 올라갈 기미가 없고 집값도 크게 조정을 받지 않자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심리가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중론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기존 주택의 거래량이 되살아나야 시장이 정상화되는데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673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거래량(1만2975건)의 절반 수준이었다”며 “올해 부동산 시장의 향방은 4월 총선 이후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정/설지연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