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인파 열광…"오바마도 롤링스톤스도 쿠바에 왔다!"

전설적 록밴드 롤링스톤스가 쿠바에 넘치는 개방의 물결의 대미를 장식했다.

롤링스톤스는 25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의 체육 시설 단지 '시우다드 데포르티바'의 운동장에 마련된 야외 공연장에서 역사적인 콘서트를 열었다.

한때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 검열 대상이었던 롤링스톤스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순간 쿠바와 록음악의 역사에 한 획이 그어졌다.

팬들은 전날부터 밤을 새우며 록음악의 전설들을 기다렸고, 이윽고 공연 시작 시간이 돼 대형 스크린에 쿠바 깃발이 모습을 나타내자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기대치는 한껏 올라갔다.

롤링스톤스 보컬 믹 재거가 무대에 올라 스페인어로 "고맙습니다!"라고 외치자 환호성은 더욱 커졌다.

재거를 지켜보던 한 중년의 팬은 "숨어서 롤링스톤스의 음악을 듣던 지난 시절이 떠오른다"며 "평생을 기다려온 순간"이라고 기뻐했다.

첫 곡 '점핑 잭 플래시'가 아바나 밤하늘을 가르면서 열광의 순간이 시작됐다.

히트곡이 이어지는 중간에 재거가 "잊을 수 없는 밤"이라며 "당신들을 위해 노래하러 왔다"고 외치자 쿠바인들은 박수, 환호, 휘파람으로 답했다.

롤링스톤스는 쿠바에 혁명의 붉은 기운이 넘실대던 1960년대 세상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50년 넘도록 기성의 것에 반기를 들어온 롤링스톤스가 세계 록음악 팬들을 열광에 빠뜨린 마력을 발산하기에 혁명의 땅 쿠바는 애초부터 최적의 무대였는지도 모른다.

쿠바인들은 칠순이 넘은 반항아들의 음악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화했다.

무대 바로 앞자리는 롤링스톤스의 노래를 잘 아는 광팬들이 차지했다.

뒤로 갈수록 영어 노래에 익숙지 않은 쿠바인들이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도 많았다.

그러나 가사는 모를지언정 살사, 룸바, 차차차 등으로 다져진 쿠바인들은 특유의 유연한 몸짓으로 록음악의 강렬한 박자에 맞춰 춤을 추며 이 순간을 만끽했다.

마음껏 몸을 흔들던 알리 마토스(20)는 "사실 노래는 잘 모른다. 워낙 유명한 밴드고 단연 쿠바의 최고 화제라서 나왔다"면서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것만으로 즐겁다"고 웃었다.

수십만 인파가 모여 뿜어대는 열기에 장소를 불문하고 담배를 꺼내무는 쿠바인들의 담배 연기가 어우러져 공연장의 서늘한 밤공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현장에 나온 한 쿠바 경찰은 "공식 집계는 아니지만 60만 명 정도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롤링스톤스 콘서트를 격변하는 쿠바의 상징으로 꼽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사흘 전 쿠바에서 야구까지 관람하고 떠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문에 이어 콘서트가 열렸다는 점에서 개방과 변화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다.

클라우디아 엘리손도(38)는 "미국 대통령도, 롤링스톤스도 쿠바 땅을 밟았다"며 "이런 나라가 또 어디 있느냐. 앞으로 쿠바는 더욱 역동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외쳤다.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