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필 MD협회장(왼쪽)이 서울 금천구 가산동 사무실에서 해외에 판매할 중소기업 제품을 살펴보고 조언하고 있다.
정재필 MD협회장(왼쪽)이 서울 금천구 가산동 사무실에서 해외에 판매할 중소기업 제품을 살펴보고 조언하고 있다.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K사장은 지난해 신사업으로 온수매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체 기술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가격 책정도, 판매처 찾기도 만만치 않았다. K사장은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백화점 등의 구매담당자(상품기획자)로 구성된 MD협회의 정재필 회장을 찾아갔다. 정 회장의 도움을 받은 K사장은 짧은 준비기간을 거쳐 열흘 만에 20여억원어치를 팔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을 통해 중소기업 마케팅 컨설팅 등을 하는 정 회장으로부터 MD들이 원하는 중소기업 제품에 관해 들어봤다. 그는 “제품 개발에 앞서 홈쇼핑, 인터넷, 대형마트 등 어느 채널을 통해 판매할지 결정하고 그 수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정한 가격 품질 채널이 중요

"어디서 팔지 먼저 결정하고 제품 개발해야"
정 회장은 “좋은 제품만 만들면 잘 팔릴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라며 “적정한 가격과 그에 맞는 판매처가 훨씬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K사장이 생산한 온수매트가 그 사례다. 이 제품은 소음이 좀 있고, 노즐에 때도 끼는 약점이 있었다. 정 회장은 K사장에게 제품을 개선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온수매트는 가격이 대부분 29만원, 39만원이었다. 정 회장은 9만9000원에 소셜커머스(위메프 쿠팡 티몬 등)를 통해 팔자고 제안했다. K사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열흘 만에 재고 대부분을 소화했다. “적정 품질, 적정 가격, 적정 채널이라는 세 가지가 맞아떨어졌다”고 정 회장은 설명했다.

채널과 가격뿐 아니라 제품 이름도 중요하다고 정 회장은 말했다. “소비자가 제품이 좋아서 다른 사람에게 권하려 하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으면 허사”라며 “쉽게 각인돼야 입소문이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깨비방망이’라는 블렌더와 한경희 스팀청소기는 네이밍을 잘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제품을 배송받았을 때 소비자의 느낌도 중시해야 할 요소라고 덧붙였다. 포장박스가 구겨져 있거나, 제품에 흠집이 있으면 실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홈쇼핑, 삼성테스코, 이베이코리아 등을 거쳐 중소기업진흥공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정 회장이 지난해 도움을 준 중소기업은 150개에 이른다.

◆‘이태리타월’ 미국에서 팔렸다

그는 해외시장도 적극 두드리라고 말했다. ‘이태리타월’을 예로 들었다. 몇 년 전 한 대학생이 목욕탕에서 쓰는 이태리타월을 이베이에 올렸다. 세 가지 색상을 포장해 29.9달러에 판매했다. 미국인들은 신기해하며 샀고, 그 대학생은 수천만원을 벌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제품 가격은 판매하는 기업이 정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온라인 등을 통해 해외시장 판매가 쉬워진 만큼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MD들이 싫어하는 제품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변별력 없는 상품”이라며 “구매 동기를 유발하지 못할 것 같으면 만들지 말라”고 했다. 소비자가 나만을 위한 상품이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면 미혼 여성만을 위한 구두, 40대만을 위한 건강식품 등은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