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롯데·하나은행, 오피스텔 임대 뛰어든다
KT, 하나금융, 롯데 등 도심권 보유 부동산이 많은 대기업들이 오피스텔 임대사업에 잇달아 뛰어든다. 저(低)성장기에 뚜렷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산 부자 기업’들이 보유 부동산을 임대 사업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1~2인 가구에 적합한 고(高)품질 주거상품이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대거 공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흥인동 옛 KT 동대문지사 부지에 건설 중인 오피스텔 건물.
서울 흥인동 옛 KT 동대문지사 부지에 건설 중인 오피스텔 건물.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KT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옛 전화국 부지를 활용, 2024년까지 총 1만여실의 주거용 임대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KT는 첫 사업으로 올해 서울 부산 등 네 곳에서 오피스텔 등 2231실을 지어 공급할 계획이다. 오는 6월 서울 흥인동 옛 동대문지사 부지에서 주거용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797실, 9월엔 영등포동 옛 영등포지사 부지에서 760실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 단지 세입자 모집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작된다. 부산 대연동과 서울 봉천동에서도 올 4분기 세입자 모집을 준비 중이다.

KT는 오피스텔 임대사업을 위해 ‘리마크 빌(Remark Vill)’이란 별도 브랜드도 출범시켰다. 오피스텔 시행 및 임대는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가, 임대료 징수와 시설 관리는 또 다른 자회사인 KD리빙이 맡기로 했다.

하나금융그룹도 도심권 오피스텔 임대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으로 통폐합될 예정인 대구(대명·포정동 기업금융센터) 부산(양정·광안지점) 서울(신설동지점) 등 다섯 곳의 점포 부지에서 920여실의 오피스텔(기업형 임대주택)을 세울 예정이다. 부동산업계는 KEB하나은행의 다른 지점 부지로도 임대주택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은행은 점포 부지를 리츠(부동산투자회사)에 매각한 뒤 리츠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주택 임대업에 진출한다.

KT, 서울·부산 등 4곳에 올해 오피스텔 2231실 임대

KT·롯데·하나은행, 오피스텔 임대 뛰어든다
KEB하나은행이 추진하는 오피스텔 ·주택 임대 운영과 시설 관리는 계열사인 HN주택임대관리가 맡는다.

롯데그룹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롯데푸드 공장 및 창고 부지(1만5385㎡)에 오피스텔과 아파트 661가구(뉴 스테이)를 건설하기로 했다. 롯데는 올해 3600여가구의 임대주택을 착공할 예정이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동대문구 신설동 등에 추가로 임대용 오피스텔과 주택을 지어 2020년까지 총 1만가구 이상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부동산업계는 전국 도심권 알짜배기 땅을 상당수 보유한 KT의 임대사업 진출에 주목하고 있다. KT는 전국에 616만여㎡, 공시지가로 5조668억원어치의 땅을 갖고 있다. 한국통신 시절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전화국 부지는 400여개에 달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옛 KT전화국 부지는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이거나 지하철역 인근”이라며 “직주근접형 주택을 원하는 젊은 직장인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6월 선보일 서울지하철 2·6호선 신당역세권 오피스텔은 마포·잠실 등으로 이동하기 쉬워 벌써부터 문의가 많다고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했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원룸형 기준 보증금 500만~1000만원에 월세 75만원 안팎에서 임대료가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이 선보일 임대 오피스텔과 주택들은 다양한 첨단시설을 갖출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KT는 기가인터넷이나 와이파이, IPTV(인터넷TV),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활용한 주택 제어 기능 등을 오피스텔에 적용할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임차인이 월세 세액공제를 받기 쉽도록 임대료 카드 결제, 현금영수증 발행 시스템 등을 도입한다. 각종 카드 포인트로 임대료와 관리비를 납부할 수 있게 한다. 롯데그룹도 세입자들이 계열 쇼핑몰이나 신용카드, 각종 가전제품 및 자동차 렌털, 문화강좌 등을 손쉽게 이용하도록 연계할 예정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기업들이 임대주택시장에 가세하는 이유는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도심 임대업을 연간 4~6% 투자수익률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신사업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매출이 하락하거나 땅값이 더 올라가기 힘든 기존 도심의 점포들은 부지가 크지 않고 건물도 지은 지 20~40년가량 됐다”며 “보유하는 것보다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