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 CEO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허사비스
"게임은 시험대일뿐…AI로 새 입자 발견하길"
딥마인드, 의료·로봇·스마트폰에 AI 적용 계획

이세돌 9단과 대국에서 내리 2판을 이긴 인공지능(AI)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의 창업주 데미스 허사비스는 AI가 미래를 바꿀 것으로 확신했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10일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 버지와 인터뷰에서 딥마인드의 AI 프로젝트를 바둑에 그치지 않고 의료와 로봇, 스마트폰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과학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AI 도움으로 새로운 입자 발견하는 건 멋진 일"
허사비스는 인간이 로봇, AI와 교감하는 미래상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로봇과 관련해서 그다지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정으로 관심을 두는 것은 AI를 과학에 이용해 발전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의 도움을 받는 과학을 보고 싶다"며 힘들과 단조로운 자료 분석 작업에 AI를 활용하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사비스는 "인간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이 AI를 활용해 방대한 자료의 구조를 찾아내고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지난 몇 달 동안 협의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새로운 입자의 존재 가능성은 알고 있지만, 데이터의 양이 방대해 지금까지 CERN이 분석하지 못한 것들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고 허사비스는 밝혔다.

그는 "AI가 새로운 입자를 찾는 작업에 참여하는 것을 보는 것은 상당히 멋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감독자 배제된 자가 학습 AI 로봇이 더 유용할 것"
허사비스는 딥마인드 AI가 사전에 프로그램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에 기반을 뒀다는 점에서 기존의 로봇보다 유용한 로봇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존의 로봇 청소기가 유용하지 않은 것은 모든 집이 구조나 가구배치 등이 다르고 같은 집이라도 날마다 상황이 바뀌어 사전에 프로그램이 입력된 로봇 청소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에 대처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의 AI를 청소용이나 노인 돌보미 로봇 등에 활용한다면 점차 더 유용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지금의 스마트폰용 개인 관리(어시스턴트) 앱 역시 특정한 상황을 가정해 미리 프로그램된 것들이어서 매우 복잡한 현실과 예상치 못한 일들을 하는 사용자들로 인해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허사비스는 "딥마인드는 지능적으로 행동하는 유일한 방법은 현실에서 배우고 일반화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시도할 AI 알고리즘은 학습에서 감독자를 제외하는 것이라며, 백지에서 스스로 배우는 것은 훈련을 시키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방식을 적용한 스마트폰 어시스턴트가 나오려면 2∼3년은 기다려야 하며 특정 분야는 4∼5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모회사 구글과 협력에 대해 "상당히 자유롭게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아직 상당히 기초 단계로 공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나, 스마트폰 어시스턴트는 가장 중요한 부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딥마인드는 구글의 딥러닝 연구팀인 구글 브레인과 보완적 관계라며 알파고가 클라우드를 통해서 대국 학습을 하는 과정에서도 구글의 하드웨어가 큰 도움이 됐다고 허사비스는 말했다.

◇ "알파고 직관적 신경망 도입…우리도 놀라고 이세돌도 놀랐을 것"
허사비스는 알파고가 체스 세계챔피언을 꺾은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와 차별되는 것은 직관적 측면의 신경망을 도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딥블루는 체스의 규칙과 고수들의 정보를 정제해서 만든 프로그램이나, 알파고는 인간과 더 가까운 연습과 공부를 하는 능력으로 가득 채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전에는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MCTS)은 상당한 혁신이었다"라며 "그러나 우리가 알파고로 이룬 것은 이런 직관이라는 측면에서 신경망을 도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최고 바둑 기사들의 직관과는 구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1국에서 알파고가 좌변 깊숙이 이세돌 9단 진영에 침입한 수를 보고 매우 놀랐다며 "이는 매우 예상치 못한 한 수였다"고 밝혔다.

허사비스는 "우리는 매우 놀랐고 이 9단도 표정을 보니 놀란 것 같더라"라며 영어로 생중계한 마이클 레드먼드 9단 역시 초반 판세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알파고가 형세가 갖춰지지도 않은 초반부터 공격적이고 대담한 수를 뒀다며, 이는 기존 바둑 프로그램이 영역별 수 읽기에는 능하지만 전체 형국을 판단하는 데 미흡한 것과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둑은 판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정보가 공개된 게임으로 스타크래프트처럼 정보가 완벽하지 않은 전략적 게임보다는 AI 적용이 쉽다고 밝혔다.

그는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고 개인적으로 게임을 좋아하지만, 게임은 시험대이며 궁극적으로 AI가 현실 세계의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