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보고서에 자산손실 반영 불가피할 듯

북한이 개성공단 내 우리 측 자산을 완전 청산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개성공단 기업들의 재무제표에 대규모 손실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회계 절벽'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10일 금융당국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 기업들은 북한의 이번 선언으로 올 1분기 보고서부터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자산손실을 본격적으로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을 맞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성공단 중단이 올 2월 발표돼 작년 12월까지의 상황을 담은 2015년 사업보고서에는 관련 손실이 반영되지 않고 해당 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주석에 관련 내용을 담을 수 있다"며 "그러나 올 1분기 보고서부터는 관련 손실이 재무제표에 인식될 수 있다"고 밝혔다.

12월 결산 법인을 기준으로 2015년 사업보고서는 이달 말까지, 올 1분기 상황을 담은 분기보고서는 5월 중순까지 공시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10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개성공단 중단 결정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북한의 비핵화 진전 상황에 따라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여지는 남겨뒀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남 사이 채택 발표된 경제협력 및 교류 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를 무효로 선포한다"며 우리 측 자산을 완전히 청산해 버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처럼 개성공단 재가동 전망이 극히 불투명해짐에 따라 개성공단 회생 가능성을 고려해 손실 반영을 유보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업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게 됐다.

김학권 재영솔루텍 회장은 지난달 15일 애로 사항을 들으려고 찾아온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개성공단 투자에 대한 회계처리 방법을 합리적으로 강구해 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기업들로서는 갑작스럽게 대규모 손실을 회계장부에 반영하면 자본금이 급감해 부도 가능성에 노출되거나 금융 기관의 대출금 회수 움직임 등 여러 위험에 빠질 수 있게 된다.

상장사들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되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자본잠식 50% 상태가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되면 곧바로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다만 자본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상장사들은 개성공단 투자금이 전체 자산의 일부분이어서 상장 폐지 위기로 몰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장사 위주로 살펴본 결과 대체적으로는 전체 기업 규모에 비해 개성공단 투자 금액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손실을 장부에 반영해도 정부 보상 방안 등에 따라 손실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총 124개사다.

이 가운데 상장사는 로만손, 재영솔루텍, 신원, 좋은사람들, 인디에프 등이다.

한 회계 전문가는 "개성공단 폐쇄 문제가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고 정치적 이슈가 더해진 것이어서 굉장히 고려 요소가 많다"며 "회계 처리 문제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매우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