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기관들 분석…128∼321㎞ 거리 항공기 탐지 용이
중 외교부장 "미 첨단무기 돌아다녀 좌시할 수 없는 처지"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에 설치 중인 고주파 레이더를 통해 F-22 랩터 등 미국의 스텔스기들의 움직임을 탐지 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23일(현지시간) 더내셔널인터래스트(TNI), 미해군연구소(USNI) 등에 따르면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에 건설한 인공섬 콰테론 암초(중국명 화양자오·華陽礁)에 설치 중인 고주파 레이더는 F-22 랩터, F-35 합동타격기(JSF), B-2 스피릿 폭격기 등 미국의 스텔스기들을 탐지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위성사진 분석자료에서 최남단 인공섬인 콰테론의 지난달 24일 자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이곳에 고주파 레이더가 건설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방 관련 싱크탱크인 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 소속 브라이언 클라크 연구원은 콰테론의 고주파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80∼200마일(128∼321㎞)가량 되며, 특히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기 탐지와 추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크 연구원은 중국이 스텔스기 탐지를 위해 해안선을 따라 유사한 레이더망을 설치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콰테론의 고주파 레이더로 탐지한 정보를 데이터 연결망을 통해 중국 본토에 보내 대공미사일 망에 스텔스기의 비행경로를 알려줘 대비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특히 스텔스기 탐지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이 레이더는 B-2, F-22, F-35기까지도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다.

클라크 연구원은 미국도 지난 1950년대 말부터 당시 소련 폭격기 탐지를 위해 원거리 조기경보(DEW)체계를 운용한 적이 있다면서, 콰테론의 레이더도 이와 유사한 개념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USNI 소속 분석가인 크리스 칼슨 예비역 대령은 콰테론의 레이더는 중국 본토의 유사 레이더보다 소형이지만, 필리핀과 인접한 지형적인 요소를 고려하면 필리핀에서 발진하는 미국 항공기의 움직임을 원거리에서 손쉽게 탐지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레고리 폴링 CSIS 연구원은 "만약 고주파 레이더가 맞다면 남중국해를 지나는 선박과 항공기에 대한 중국의 감시 역량이 엄청나게 향상될 것"이라며 "콰테론은 스프래틀리 제도의 최남단에 있어 레이더 설치의 최적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말라카 해협이나 싱가포르 등지에서 선박이나 항공기가 출발하면 (이 레이더를 통해) 경고 신호를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며 "미국의 남중국해 자유항행 능력을 축소시키려는 중국의 반(反)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말라카 해협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의 해협으로, 유조선 등의 통과량이 많은 중요한 해상 통로다.

CSIS는 중국이 건설한 7개 인공섬 가운데 나머지 섬들의 위성사진에서도 레이더 탑이나 포상(砲床), 벙커, 헬리콥터 이착륙지, 부두 등으로 추정되는 시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 C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레이더 건설이 미국 도발에 따른 대응 조치라고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왕 부장은 "남중국해 섬들은 고대부터 중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주권을 독립적으로 수호할 권리가 있다"며 "미국의 전략폭격기, 미사일 구축함 등 첨단무기가 매일 남중국해에 출현하는 상황에서 이를 좌시할 수 없는 처지"라고 레이더 설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중국은 또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의 우디 섬(중국명 융싱다오(<永興島>)에 HQ-9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한 데 이어 J-11 선양과 JH-7 시안 등 주력 전투기들을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미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에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한 데 이어 전투기까지 보내면서 인공섬의 군사기지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외신은 풀이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