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박 외치다 분단쪽박"…'안보→경제' 국면전환 역설
'경제' 59차례 언급…더불어성장론 등 경제에 절반 할애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문에 '경제'를 무려 59차례 언급했다.

전체 연설 중 경제 관련 부분이 절반에 달할 정도로 경제에 역점을 뒀다.

총선을 앞두고 정국을 뒤덮은 북한발(發) 안보 이슈를 조속히 마무리짓고 정부여당의 경제 실정을 부각시키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연설 서론에서 안보 위기를 언급하면서도 "안보·통일 분야를 넘어서 외교와 경제, 더 나아가 국가적인 '복합 위기'로 번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 "'통일대박'을 외치다가 돌연 국민들에게 '분단쪽박'을 남기는 것"이라고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경제가 없이는 안보가 없다. 안보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면, 그 안보의 가치는 어디에 있나"라고 반문한 것은 이 같은 인식을 집약해 보여준 발언으로 평가된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과 관련, "미증유의 위기 앞에서 무능과 혼선, 남 탓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반성은 커녕 야당과 국회를 향해 경제를 살려내라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8년 동안 보수정부가 집착한 '부채 주도형 거품 경제 구조'에 대한 처절한 성찰과 정책 노선의 과감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안으로는 "반칙과 특권, 차별에 터잡은 불공정한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성장과 복지가 조화롭게 순환하는 '더불어 성장 구조'"를 제시했다.

이 원내대표는 "흙 심은 데 흙수저 나고 금 심은 데 금수저 나는 한국의 자본주의는 세습 자본주의로 역주행중"이라며 2020년 1만원을 목표로 최저시급의 단계적 인상,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의 50% 이상으로 최저임금 하한선 법제화, 공공 부문 저임금 근로자 대상 생활임금제 전면화 등을 약속했다.

아울러 "편법적·약탈적 '지대 추구 행위'에 의해 쌓아올려진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재벌들만의 성을 허물어야 한다"며 현행 22%로 낮춰진 법인세율의 25%까지로의 단계적 정상화와 함께, 이익공유제 및 성과공유제 실질화를 통한 편법적 지배구조의 개선을 제안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서민 주거 대책으로 "저렴하고 질 높은 중소형 주택 공급에 힘을 쏟고 공공임대주택 비중 10% 달성을 정책적 목표로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사활을 걸고 강행하는 노동개악"이라고 규정하고, "모든 노동자의 비정규직화와 재벌을 정점으로 하는 자본주의판 신분제 사회를 약속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청년 정책으로는 '청년일자리 창출과 복지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나서는 동시에 정부 및 지자체에 청년 정책에 대한 의무를 법제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여당의 쟁점법안에 대한 토끼몰이식 '입법 사냥'에 응할 수 없다"며 "'좋은 법'은 통과시키고 '나쁜 법'은 저지하고 '이상한 법'은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가진 국민과의 사이에 '영구분단선'을 긋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또한 '선거공학', '편가르기', '남 탓', '과거 집착' 대신 '국가경영', '국민통합', '책임', '미래 개척' 등을 대비시키면서 "잘못된 통치행태"를 바꾸라고 요구?다.

박 대통령이 쟁접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사전 배포한 연설문에서 "의회주의를 훼손하고 국회 운영의 훼방꾼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으나 실제 연설에서는 이를 읽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대만의 정권교체를 이끈 20~30세대로서 '딸기 세대'와 미국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돌풍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딸기 세대'의 분노와 샌더스 돌풍은 결국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세상을 바꾸겠다는 시민들의 간절한 외침"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우리 사회를 붕괴로 몰아가는 불공정, 불평등으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켜내겠다"며 "청년에게 희망을, 어르신에게는 효도를, 여성에게는 지원을, 부모님에게는 안심을, 중·장년층에게는 안정을 드리는 유능한 경제정당, 튼튼한 안보정당, 유연한 개혁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