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지나고 세계 주식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일본은행(BOJ) 등으로 이어지는 통화정책 공조가 시장심리를 안정시킬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불신의 골만 깊어가는 형국이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효과를 보는 듯했다.

금리 정책은 시중은행이 보유한 현금을 중앙은행에 묶어두지 않고 통화 공급량을 늘려 경제회복을 자극하겠다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과열된 채권시장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았다.

오히려 주식 같은 위험자산을 더욱 피하게 해 설연휴 선진국 증시 급락을 부추겼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경기침체와 주식시장의 약세장 진입 여부이다.

경기침체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수요환경이 악화한 것은 분명하지만, 고용과 가계소득 환경에 변화가 크지 않아서다.

단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위축된 단계로 평가하는 것이 맞다.

전체 경제질량의 수축이 크지 않다면 주식시장을 약세장으로 단정을 짓는 것도 이르다.

약세장의 기준을 수익률 하락으로 생각하면 현재 모습을 약세장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추세적인지가 중요한데, 기업 이익 감소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징후도 크지 않다.

현재 기업이익 감소도 일시적으로 생각된다.

이익 모멘텀의 순환적 회복이 가능하다고 예상하는 것은 환율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증시 급락이 안전자산 선호와 엔화 강세 전환 때문이라면 국내 증시 투자 조건은 나쁘지 않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로 국내 수출 기업은 상당한 부담을 받아 왔다.

환율에 대한 민감도를 줄여왔다고 해도 각종 비용 측면에서 일본 경쟁 기업과 비교해 열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악재를 거둬낸다는 것은 국내 내구재 수출주의 투자심리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환율 논리만으로 국내 기업의 실적 회복을 낙관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만, 수년간 국내 기업의 주력 수출품목은 단순히 가격요소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선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순환적 모멘텀 회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금 더 정책적인 지원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1분기 주식시장은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가열 양상인 채권시장이 변화하기 시작한다면 주식 투자에 대한 기회도 분명히 있다.

설연휴로 중단된 중국 증시가 개장하면 다시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지금 내려치는 대외 악재의 망치질이 국내 증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을 더욱 단단히 만들기를 기대한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 Jeff2000@iprovest.com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