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행복도시 대구] 물·에너지·의료…미래 신산업으로 '창조 대구' 탈바꿈
지난달 22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역경제 현장점검회의. 권영진 대구시장 취임 후 현장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시민사회 분야 현장회의를 자주 했지만 새해 첫 회의는 경제 분야로 시작했다. 지난해 대구 경제는 실질경제성장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고용률도 역대 최고인 65.3%를 기록했고 취업자도 전년보다 1만9000명 증가했다.

[스마트 행복도시 대구] 물·에너지·의료…미래 신산업으로 '창조 대구' 탈바꿈
하지만 주력 업종의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고용불안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자동차부품, 기계, 섬유, 철강 5개 주력 산업의 생산과 수출 10개 항목 가운데 증가한 것은 자동차부품 생산 하나뿐이었다. 수출은 5개 산업 모두 감소폭이 커졌다. 새해 전망도 자동차부품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이 주도하는 IT 분야만이 희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뿐이다. 중장기적인 지역산업의 경쟁력 강화 대책이 절실해졌다.

미래 신산업 ‘WE SMART’ 7대 산업 본격 추진

대구가 경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WE SMART’ 7대 신산업 육성에 나섰다. 비전은 시민이 행복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실현, 목표는 신성장산업 육성으로 설정했다. 7대 신산업은 물(Water) 에너지(Energy) 스마트기술(Smart) 의료(Medical) 문화예술(Art) 로봇(Robot) 관광컨벤션(Tour)이다. 자동차, 기계부품, 섬유패션 등 주력 산업의 혁신과 함께 물, 의료, 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스마트 행복도시를 건설한다는 전략이다.

권 시장이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할 만큼 절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권 시장은 민선 6기 1년을 대구에 팽배한 패배감을 긍정의 자신감으로 바꾸는 데 진력했다.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변화의 단초가 마련되자 권 시장은 대구 경제의 미래 큰 그림을 짜는 데 ‘올인’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물산업 클러스터 도시인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시장을 만나 물산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위스콘신주는 미국 물산업을 이끄는 300개 기업 본사가 있는 곳이다. 대구 국가물클러스터도 올해 착공된다.

작년 10월에는 9박10일간 유럽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했다. 전기차와 미래차, 로봇, 스마티시티 네트워킹을 위해 유럽 6개사를 찾았다. 전기차 선두 기업인 르노와 자동차 3차원(3D) 시뮬레이션 글로벌 기업인 다쏘시스템, 대구의 평화발레오 합작사인 발레오, 독일 보쉬엔지니어링을 찾았다. 지난달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 참석한 데 이어 인도로 날아가 국내 광역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스마트시티 서밋에 참석했다.

시장이 진두지휘에 나선 것은 미래 신산업의 추진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김태익 대구시 경제기획관은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면 국·과장급이면 충분하다”며 “시장이 나선 것은 글로벌 기업의 고위급을 만나 하루라도 빨리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집중해온 미래 신산업의 그림이 ‘스마트시티’라는 좀 더 큰 그림으로 정리됐다. 그가 취임 구호로 내세운 ‘오로지 시민행복, 반드시 창조대구’는 ‘WE SMART’ 7대 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시티 구현과 창조경제 활성화로 방향을 정했다.

성과 내는 물·의료산업…기업 입주 러시

대구시의 신산업 육성은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물·의료산업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대구 물산업은 국가물클러스터사업이 올해 본격 착공도 하기 전에 중국 시장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의료기관과 함께 물처리 노하우와 관련 상품을 수출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2013년부터 조성을 본격화한 대구첨단의료복합단지에는 국책연구기관과 함께 98개의 기업을 유치했다. 에너지 자족도시를 위해 국가산업단지, 대구테크노폴리스에 조성하는 분산전원형 마이크로그리드 사업도 신재생에너지 분야 신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역 중소기업 육성이 관건

대구시의 신산업 추진 방향은 만만치 않은 과제다. 대구 기업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운 계명대 행정학과(산업과학기술정책) 교수는 “대구시의 신산업 육성은 시의적절하지만 정책들이 철저히 기업 베이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파급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대규모 국비사업은 중앙정부의 전략이 지나치게 첨단기술 중심이어서 미들테크 기반의 중소기업을 어떻게 잘 전환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충고했다.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대구형 성공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데이터 알고리즘산업을 발전시켜야 소프트웨어 기업도 키우고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